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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틈2010. 12. 27. 03:08

6. 상전이
긴 신호를 기다리며 횡단보도 앞에 서있다. 입에선 얼마나 추운지 잘 알려주는 하얀 김을 뿜어 낸다. 횡단 보도 앞엔 많은 사람들이 서있다. 학교를 가려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 출근하려고 바쁘게 움직이는 직장인들, 수업을 지각하지 않으려고 바쁘게 달리는 대학생들, 언제나 그렇듯 횡단 보도를 건너 천천히 연구실로 걸어간다. 어느세 겨울... 봄이나 여름은 그 싱그러움을 간직하고 순식간에 흘러가고 언제나 그렇듯 시간은 슬적 그리고 반복적으로 눈앞에 나타난다. 이번이 여기서 맞이하는 몇번째 겨울인지..  더이상 기억나지 않았다. 
오랜동안 수진이와 자주 마주 하지 못했다. 그후로 몇번정도는 만나고 그랬지만 전처럼 자주 만나지도 귀찮게 쫒아 다니지도 않았었다. 그리고 나도 그렇고 승현이도 그렇고 예전의 생활들로 다시 금방 돌아가고 말았다. 긴 시간동안 마음의 변화란게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가끔은 그렇게 수진이를 그리워 하기도 하고 생각하기도 했던거 같다. 
교수님과의 짧은 면담후.. 다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전하곤 많이 다르게 요즘은 하는 공부도 잘 될고 마음이 많이 안정되 있는듯해 보였다. 긴 복도를 걷다..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오랜만이야.."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 "
"네. 그럼요."
작은 미소와 짧은 목례를 하고 사라지는 수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알수없는 씁쓸함을 느꼈다.. 식당으로 내려가니 언제나 혼자 밥먹으러 와서 본의아니게 모여서 먹는 학과의 무리들을 발견한다. 매일 같은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을 볼때마다 지치지도 않나 싶다. 물런 나도 늘하는 물리이야기중에 새로운 이야기를 들으면 상당히 반갑기 마련이지만 이녀석들은 취한것도 아니고 한이야기 또하고 또하고 하는거 보면 다들 정말 대단한 애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진누나 남자친구생긴거죠? " 
뜬금없는 전일이의 질문..
"몰라.."
짦게 대답했다.
"전에 가던 남자가 남자친구 아닌가요? 이제 무지 오래 사귄거 같던데..."
"밥먹자..!.." 
승현이가 고맙게도 적절하게 잘라준다. 마치 그 아이와 내가 무슨 사이라도 되느냥 이야기 하는 후배들 선배들에 조금씩 지쳐갈마나도 하다. 물런 나도 여전히 의문인 부분들이 많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나와 함께 있으면서 뭔가를 얻어내지도 구하지도 않고 갑자기.. 내곁을 휙하고 떠나버리더니 이제는 잘지내는거 보면.. 솔직히 뭐가 뭔지 알바가 없다. 그냥 가끔씩 답답하고 씁쓸할따름이다. 
도서관 5층 승현이와 오랜만에 다시 열띤 토론중이다. 아크릴 칠판과 보드마카.. 그래도 종종 칠판보다는 훨신 좋다는 생각이 든다. 아크릴칠판이 식으로 꼼꼼하게 차갈때쯤 논의가 대충 끝났고 승현이는 일이 있다고 먼저 도서관을 빠져 나갔다. 지우개로 써놓은것을 차곡차곡 지우면서 다시 내용을 확인하고 있을때쯤.. 익숙한 목소리다..
"요즘도 이렇게 공부하나 봐요?"
수진이다. 갑자기 무슨일일까.. 표정이 사뭇 밝지는 않았다. 
"무슨일있어? 표정이 안좋아 보이는데.. "
"아무것도 아니에요. 잠깐 이야기 할수 있을까요?"
에스프레소 끓는 소리와 함께 하얀 대리석 테이블에 있는 원반이 진동을 일의킨다. 한동안 말이 없었나 보다 황급히 원반을 들고가서 커피를 찻아 왔다. 
"운명 같은거 믿어요?"
"응?"
"전 그런거 안믿거든요. 그런데 가끔씩은 그런게 정말 있지 않나 그런생각이 들어요."
"너 정말 무슨일 있구나. "
"실은 선배랑 헤어졌어요.. 정말 좋은 사람이었는데 아닌건 아니었나봐요.. "
그너의 길지 않은 지난 간단한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조금의 답답함을 느꼈다. 그녀의 말들이 끝나고 잠깐 긴 정적이 흐르고 머리가 멍해지기 시작했다. 이럴땐 무슨말을 어떻게 해줘야 할까.. 말이 없는 그녀의 눈이 점점 붉어지고 있는데.. 어떻게해야 이 아이가 상처 받지 않게 잘 이야기 할수 있을까.. 아주 조그마한 그 아이의 흐느낌에도 그녀가 상처받는 느낌이 마음속으로 파고들었고, 바보 같은 나는 어쩔줄 몰라 했다. 
"저녁 먹었어? 배고프다.."
라는 미소 품은 나의 말에 붉게 뜬눈을 감았다가 뜨며 그녀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Posted by blindfish
소설/틈2009. 11. 7. 22:34

5. 최소경로
수진이랑 그 선배다. 그런사이었나. 갑자기 머리가 아득해지고 속은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변한건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다. 차가운 밤바람이 자동차의 매연을 머그믄 채로 얼굴을 스쳐간다. 갑자기 웃음이 났다. 마치 내가 나자신을 비웃는거 같은.. 
커다란 레고모양의 기숙사에 도착하자 허기가 지기 시작했다. 매점으로 내려가 컴라면을 사고 뜨거운 물을 받기 시작한다. 핸드폰의 시간은 9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면과 짭짤한 국물. 잠깐 이었지만 뭔가 캄캄한 어둠이 온몸을 덥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를 키고 이것저것 웹서핑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참이나 기한이 남은 숙제를 만들기 시작했다. 얇은 옷을 입고 문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승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그래 어디야?"
"나 잠깐 기숙사 있다가 나왔어. 커피나 한찬 하자구"
"그르까? 과로 오면 연락해"
갑자기 이슬비가 조금식 뿌리기 시작한다. 차분이 걷다가 학과 사람들을 만나서 가볍게 인사를 한다. 다들 이렇게 서로들 인사를 하지만 이중에서 정말 친한 사람은 한사람도 없다. 어떻게 보면 참 우스운 일이다. 70년대를 연상 시키는 학과 건물에 왔다. 언제나 어둑한 분위기에 나트륨등이 안개에 비쳐 커다란 나무들과 함께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솔직히 술한잔 하고 싶긴 했었어."
"그럴거 같더라"
이 녀석은 역시 내 속을 훤히 보고 있는 거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나에 대해서 잘안다. 늘 가던 그 술집이다. 우리의 통화에는 언제나 장소나 시간같은건 결정되어 있지 않다. 선약이란 개념도 없다. 그저 만나고싶을때 만나고 습관적으로 발길 닿는데로 걸어갈뿐이다. 
오늘따라 더 술이 달짝찌근한거 같다. 이런날이 있나보다. 
아무리 시간이 가도 어둠이 나를 잠식해온다. 이게 아니란것도 잘 알지만.. 어쩔수 없는 끝없는 우울과 고통들의 움직임들에게서 벗어날수가 없다. 아무리 울어도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시간들.. 
지금 내 앞엔 승현이가 앉아 있지만 언젠가 부터인지. 그 누구에게도 '진짜'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됬다. 승현이에게 마저도 난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그것도 어쩔수 없는 상투적인 대화들에 머무른다. 아무리 고민해도 시간은 가고 아무리 피해가려 해도 그런 때와 사건들은 나를 찻아 온다. 시작하지도 않고 실패를 걱정하고 시작하고도 마음속이 닫혀있다.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더욱더 누군가에게 아무 이야기도 해줄수 없고 그걸 한탄하는 내 자신도 누군가를 받아줄수가 없게 된다. 수진이가 보고싶다. 지금 하고 있는일도 잘하고 싶다. 끊임없이 나를 옭아 매는 시간과 무게들이 나를 짓누르고 있다. 잘하고 싶다.. 두렵다.. 사람이 두렵다.. 20대가 주는 무한한 자유의 사막에.. 끝없는 지평선 끝을 바라볼때마다. 아지랑이가 피어올라 질식할것만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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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아프고.. 목이 마르다.. 언제나 같은 내방.. 몇년째 혼자쓰는 이방에 어제의 기억은 지워진채로 눈을 떳다. 어제의 알콜 섭취를 후회하는 마음과.. 현실의 벽을 인지한다... 그래.. 다시 움직여야할 시간이다.
물 한목음을 마시자 다시 정신이 또렸해진다. 우리는 이런 매일매일의 반복안에 살아가지만 누구도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은 강인한건가 보다..
내일은 어떨까.. 모레는 어떨까.. 앞으로는 이런것들의 반복일까.. 아니면 여유로운 순항일까.? 나는 분명히 후자는 아니라는걸 안다. 늘 드라마처럼 인생은 버라이어티 하지 않고 드라마틱 하지도 않을거다. 그냥.. 불가능한 끝도 없는 믿음에 나를 던진다..
.
이제 움직이자..
Posted by blindfish
소설/틈2009. 7. 21. 20:59

4. 빛의 이중성
수진이 선배라던 시람이 뜬금 없이 이야기를 하자는게 이상하긴 했지만, 아무렴 어떤가 싶어 도서관 6층의 커피전문점으로 갔다. 전면유리사이로 햇살이 비춘다. 학생들은 모여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전형적으로 스터디를 하는 학생들을 위해 배려된 공간이라는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 대학도 내가 다니던 때와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걸 알수 있었다. 첫 느낌부터 그가 공격적이란걸 알수 있었다. 딱 봐도 나한테 불만이 있어 보이는 얼굴이었으니까. 산뜻한 붉은 색의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서 대리석으로 된 테이블위로 커피를 올려놓는다. 
"당신은 왜 수진이를 밀어 내는건가요?"
역시 예상대로 서론 없이 본론이다.
"수진이가 저한테 뭐가 되는것도 아니고 무슨말을 하시는지 전혀 모르겠는데요?"
"저 수진이한테 관심있어요. 수진이는 당신밖에 모르는거같던데.. 오래전부터 봐왔습니다."
약간 어이가 없었다.
"아니.. 그애랑 얼굴안지도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무슨말이에요? 딱 까놓고 이야기해서 당신이라면 모를까 나는 누군가 뒤에서 좋아할 비주얼도 아니란거 알잖아요? 그렇다면 분명 뭔가 다른 이유나 목적이 있는거 아닙니까?"
나의 말에 그의 얼굴이 약간 허탈하게 바뀌었다.
"도데체 어디부터가 삐뚤어져 있는겁니까.. 뭐가 문제인거죠?"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이만 갈게요."
"저도 더이상 그애의 마음을 배려하지 않을겁니다."
듣는둥 마는둥 자리에서 일어나서 일층으로 내려갔다. 그애는 확실이 예쁘고 사랑스럽긴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논리성이 맞지가 않는다. 이런 종류의 우연이나 기연은 일어나지 않는게 현실적이지 않은가.. 
나이가 먹어서인지.. 과거의 연애에 대한 편력들이 나를 괴롭히는건지 알수 없었지만. 자꾸만 사람을 밀어내고 있었다. 다 쓰잘떼기 없는 생각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런걸 생각하는 것보다는 지금 내 앞가림이나 잘하는게 더 중요하다. 내가 있어야 사랑하는 사람이란것도 있는거니까. 
승현이와 아까부터 문제를 풀고 있다. 생각보다 잘 안풀리긴 하지만 한푼제 정복해갈때마다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비오는 날의 습기는 사람을 짜증 나게 만든다. 얼마후에 수진이가 수업이 끝나고 우리가 공부하는 곳으로 왔다. 어느날 부터인가 같이 다니고 있다. 서로 완전히 다른책을 보고 있긴 하다만. 분위기가 약간 달라진건 이제 더이상 나도 수진이가 가까이 있는거 신경안쓰고 그애도 더이상 심각하게 따라다니진 않는다. 그 선배가 뭐라고 했나 보다. 
"수진아 근데 너 집은 어디야?"
"아.. 그냥 이 근처에서 자취해요."
"아니 내말은 그게 아니라 원래 집 말이야"
"원래 집은... 지금 사는데가 원래 집이에요"
하며 가볍게 웃어 넘긴다. 아무래도 더이상 물으면 안될거 같은 분위기다. 그리고 몇가지를 더 물어 봤다.
"밥은 해먹어?"
"그럼요~ 제가 얼마나 음식을 잘하는데요."
"뭐 잘하는데?"
"국같은거 잘해요~ 언제 한번 우리집에 와요. 실력을 보여줄테니까."
별로 믿음직스러워 보이지 않았지만 나중을 한번 기약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이렇게 공부를 꾸준히 한날은 기분이 좋다. 해야할일을 충실히 했기때문일까.
술이 한잔 땡겼지만 요즘 건강에 이상이 와서인지 언제 까지나 이런식으로 술을 마시다간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진이가 핸드폰을 보더니 약속있다고 먼저 자리를 떳다. 승현이는 뭔가 쓸쓸해졌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솔직히 매일 우리들끼리만 있다가 수진이가 끼니까 분위기가 좋아진긴 했었다. 앞머리를 한쪽으로 넘겨서 예쁜 핀으로 고정하고 시원한 파란색 치마에 하얀 티를 입었는데 그것만으로도 예뻐 보인다. 정말 어떻게 보면 수진이는 내 이상형이긴 했지만. 솔직히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아서 경계하고 있다. 꼭 이런 상황에서는 이상한 목적이 많다. 시간이 더 지나고 진심을 확인할때까진 거리를 두어야 한다. 그때도 여자로 보일지는 의문이지만.. 그때가 되면 그냥 귀여운 동생으로 보이겠지..
저녁을 먹고 공대의 프로그래밍 수업에서 팀프로젝트 모임에 참석해서 그동안 삽질의 결과물들을 이야기 하고 서로의 프로그램에 변수들을 조정했다. 그래도 프로그램을 본업으로 삼지 않은건 참 다행인거 같다. 너무 3D고 힘들다. 물런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것도 아니고..
시간에 늦지 않게 서점에 들러서 독일의 한 단편소설을 샀다. 도서관에서 빌리면 되지만 종종 소장하고 싶은것도 있으니까. 책을 한권사고 조금씩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 대학가를 지나서 인파를 뚤고 기숙사로 가고 있었다. 앞에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수진이다. 근데 나랑은 상관 없지만, 손잡고 가는 저 사람은 누구지? 

Posted by blindfish
소설/틈2009. 6. 7. 04:58

3. 시간의 연속성
학생식당. 어색한 4인의 식사가 시작됬다. 친한후배 전일이가 먼저 어색한 공기를 깨려고 한다. 
"형 요즘 하는건 잘되세요?"
"늘 소강 상태지.."
냉정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답변한다. 요즘들어 늘 심기도 복잡하고 어느날부터 차가운 인간이 되가는거 같다. 머쓱해서 말을 더이었다.
"에러는 잡혔는데 뭔가 계속 돌아가. 아무래도 무한루프라도 있는거 같아."
"헐.."
"그게 아니면 계산량이 엄청 많은거 같은데. 테스트 코드 넣어보면서 확인을 해봐야 알겠지 머. "
솔직히 잘될지도 모르는 애매한 계산을 돌리고 있는것도 조금 답답하긴 했지만 그건머 원래 이 바닥이 그런거니까.. 이런 어색한 분위기에도 수진과 승현이는 밥을 묵묵히 먹는다. 잠깐 밥을 먹으면서 오늘과 내일 할일들의 리스트를 뽑아보고 있었다.
"연준 오빠 아까. 정체가 뭐냐는 좀 심했었어요. "
"그래. 알아. 외계인도 아니고.."
"사람이 왜그렇게 방어적이에요? 누가 잡아 먹어요?"
"아니 이상하잖아."
"뭐가 이상해요. 그냥 우연히 만나서 밥도 먹을수 있는거지."
틀린말은 아니다. 그래 복잡하게 생각하지말자. 약간 작은 키에 아담한 스타일.. 뭔가 청순한 얼굴에 내 주변들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뿜어내는 수진이.. 지금은 뭔가 지쳐있는 표정이다. 생기 발랄한 방금까지와는 달리 상당히 피곤해 보이는 표정. 말이 없다. 승현이와 하는 간단한 일상적인 대화들.
"연준아 너 이제 공부는 머할 계획이냐. "
"물런 실험쪽 할생각인데 여유되면 입자이론쪽도 해보고 싶어. 특히 시공간쪽에 관심이 좀있어서. 너가 들을땐 거의 소설에 가까운 느낌이겠지만 머 공간이동이라던가.. 그런것들 말이야. 나도 소설이라곤 생각하는데 불가능하다고 해서 상상도 못하는건 아니니까.."
수진이는 관심없다는 표정이다. 그런데 내가 언제 부터 이름만 부르게 됬지? 
"저 수업있어서 먼저 일어날게요."
하면서 수진이가 먼저 일어 났다. 뭔가 표정이 안좋아 보였다.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런 관계도 아니라는 생각에 ....
나도 일어나서 수업에 갔다가 자성체 연구실 옆쪽 칠판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누굴 가르칠 실력은 안되지만 그래도 같이 물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거 자체가 즐겁다. 고등학교 때는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서 많이 외로웠었다. 지금 커서 생각해보니까 이런것을 같이 들어줄만한 사람자체도 있다는게 그 시절엔 말이 안됬었다. 5월의 햇살과 후배들과의 즐거운 시간이 끝나고.. 
오늘 따라 피로도 심하고 들어가서 자야겠다. 기숙사로 들어가는길.. 약대 뒤에 수진이가 앉아 있다. 뭔가를 받아 쓰고 있는 모습.. 여러가지 색깔의 펜들과 조그마한 스티커, 그리고 몇개의 사진들을 붙이면서 정성스럽게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조금 다가가서 더 자세히 보려는데.
"왔어요? 이거 일기장인데 더 이상 가까이 오면 안되요."
"어? 아.. 미안.."
책을 황급히 덥었는데 두권의 일기장을 들고 있었다. 하나는 매우 낡았었는데 일기를 아주 어릴때 부터 썼나 보다. 
"우연히 자주 보네요. 어디 가요?"
"자러 기숙사에 가.. 저기 아까는 기분이 안좋아 보이던데.."
"할려던 일이 있었는데 마음 먹은것만큼 잘 안되더라구요.. 이제 괜찮아요. 고민하지 않기로 했어요. 잘안되면 살짝 내려 놓고 잊는게 좋다고 하더라구요."
"그... 래.... 난 이만 갈게."
"네 다음에 봐요."

언제나 찻아오는 아침이 무겁다. 뭔가 특별한 일도 없는데 말이다. 어느날엔 언제나 나에게 바라는 기대가 커선지 알차고 보람찬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지만 늘 쉬운것만은 아닌거 같았다. 그런 실망들이 쌓이면 의외로 아침에 눈뜨기가 힘들다. 그래도 이렇게 아침 수업이라도 있는 날에는 기분이 좋긴하다. 수업들을땐 집중력이 좋아야한다. 한순간 방심하면 수업을 따라갈수가 없고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면 정말 어김없이 잠이 온다. 그리고 정신차려 보면 교수님이 문밖으로 나가고 있다. 다행이 버티긴 했지만. 커피 한잔 마셔야겠다.
"어?"
아.. 불편한 얼굴을 마주했다. 이래서 CC는 좋은게 아니라고 몇번이나 다짐했었지만. 머 늘 일이 마음 먹은데로 되나. 젠장.. 인사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갔다. 사랑이란게 원라 처음은 예뻐 보이긴 하지만 실제로 그 끝은 이런식으로 공허할때가 많다. 역시 다시 보니 또 마음이 흔들린다. 아.. 짜증나.. 
"어? 오빠 수업끝났어요? "
익숙한 목소리의 수진이. 얼마나 자주 마주치는지. 그런데 팔에 이 따뜻한 느낌은 머지. 그녀는 자연스럽게 내팔에 팔짱을 꼈다. 컥. 안돼. 왜하필 지금이냐고. 충격이 커서 순간적으로 멍하게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이미 때가 늦은듯.. 그 불편한 얼굴이 표정마져 더 어두워지면서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너 방금 뭐하는 짓이야?"
"화내지 마요. 속으론 그래주길 바라지 않았나요?"
그러긴 했지만 화가 치미는 건 어쩔수 없었다. 
"아니야!"
"옛 여자친구인데 뭐 어때요? 이게 더 도움되는거 아닌가?"
"잠깐.. 그건 어떻게 알고 있는거야?"
"승현 오빠가 알려주던데 조심하라고."
이자식.. 뇌 깊숙한 곳부터 통증이 몰려오는걸 느꼈다. 아.. 될대로 되라.
"아무튼 우연히도 자주 만나네요? "
"넌 내가 있는데를 어떻게 그렇게 잘하는거냐."
"그냥 우연히 가는데 마다 있는거 뿐이에요."
"아.. 그래 아랐다."
더 물어보는게 소모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실실 웃는게 약간 얄밉긴했지만. 나름대로 귀여운 구석도 있다. 연구실로 직행해서 어지럽게 놓은 책상에 종이들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논문은 논문대로 책은 책대로 그리고 컴퓨터를 켰다. ubuntu가 뜨고. 메신저에 승현이가 있길래 잽싸게 
'야 너 쓸데없이 왜 그런말을 한거야~!'
'어? 머?'
'나 전에 만나던 애 있잖아. 왜 수진이한테 이야기 한거야?'
'이야기 한적 없는데 뜬금없이 왜그래?'
'어라. 그래? 어.. 알았어. 아무것도 아니야.'
머지.. 그런데 어떻게 알고 있는걸까. 승현이가 이런거에 거짓말할 녀석도 아닌데..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냥 다시 터미널을 켰다. 검은화면에 하얀 프롬프트. 

연구실일로 컴퓨터와 실험장비들을 옴기계됬다. 승현이는 과에서 하는일이니 불만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전일이는 약간 투덜 대기 시작했다. 솔직히 수학과에서 하면 될일인데 우리가 하는게 이상하긴 하다. 한참 옴기는데 건너편에 잔디밭위로 사람들이 보인다. 회화과 사람들인데 끝 주변쯤에 수진이도 있었다. 사람들 무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캔버스를 두고 검은색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나름 어울리다는 생각에 속으로 웃었다. 같은과 선배인 남자가 와서 말을 거는거 같아 보였다. 흠..  180이 조금 넘는 키에 고딕양식이란 말이 떠오르게 하는 얼굴.. 참 시원스럽게 생겼다. 표정이 밝아 보인다 선남 선녀란건 저런거 보고 하는 말인가. 표현이 좀 웃기네.
"야.. 뭐보냐~ 아? 질투하는구나."
"저 녀석이랑 나랑 무슨 관계인데 질투냐. 얼른 옴기자."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투덜거렸다. 대충 옴기고 인스톨까지 완료.. 음료수 한캔 땡기면서 승현이랑 계단에 걸터 앉았다. 예비군 이후로 이렇게 땀흘려본적이 없었다. 승현이는 약간의 곱슬머리에 잘생긴 얼굴이지만 말주변이 없어서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나에겐 그냥 편한 녀석이라는 점이 참 좋았다. 은은한 은목서의 향기가 날아왔다. 요즘은 이 인생에 만족하고 살아간다. 더 복잡해지지도 더 어려워지지도 않는 이 상황들..
한참 웃고 떠드는데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보니. 검은 앞치마를 두른 남자가 있다.. 아까 멀리서본 수진이의 선배. 
"저기 이야기좀 하고 싶은데요?"
난 별로 할말 없을거 같은데..
Posted by blindfish
소설/틈2009. 5. 30. 17:53

2. 재회
"잠깐 만요~ "
"네? 아~ 연준이 오빠네."
내 태도와는 반대로 생글생글 웃고 있는 걸 보자. 화가 더 치밀었다.
"당신 뭐에요? 그리고 아까 그 필기는 얼른 줘요."
"아.. 그거요? 여기요~ 별루 볼것도 없더만.. "
뭐.. 뭐라구?. 아놔.. 
"그나저나 내 이름은 어떻게 안거고 당신은 도데체 누구에요??"
"아.. 이름은 그냥 아는 거구요.. 아무튼 제 이름은 수진이에요. 신수진 반가워요~"
"그냥 아는게 어딧어요. 우리과도 아닌데 이 수업은 왜 듣는거에요?"
"아.. 전 회화과구요. 그냥 편하게 부르세요. 후배인데.."
"에? 회화과? 아무 상관도 없는데 왜 듣는거에요?"
"그냥 들을수도 있는거죠~ 아무튼 지금은 제가 어딜 가야되서 나중에 봐요."
하고 훽하니.. 멀어져 버린다.. 뭐.. 뭐지? 라고 생각하는데 점점 멀어져 가버렸다. 다시 자리로돌와서 승현이한데 이야기를 하자 참 이상한 사람이라고 했다. 별게 아니고 다시 볼일도 없을거 같아서 승현이 와 나느 아무생각없이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잠들기 좋게 적당히 취했을때쯤 나는 기숙사로 돌아와서 씻고 쓰러지듯 잠들었다. 아마 이제 그 여자는 다시 볼일 없겠지. 그런생각을 하지 조금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긴 했지만 뭐가 뭔지도 모르겠었다. 
또 하루의 시작이다. 요즘들어 알람시계가 없으면 아에 하루를 시작할수도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피로때문인지는 나도 알수는 없지만 아무튼 오늘도 별일 없이 연구실에 출근해서 어제 하던 과제를 대충 마무리한 다음에 레포트로 만들었다. 그래도 이렇게 다 한다음에 스템플러를 찍을때는 잘됬던 안됐던 그 동안의 노고를 인정 받는거 같아서 기분이 좋기는 했다. 그리고 나서 슬슬 하던일들을 하기 위해 다시 프로그래밍을 시작한다. 솔직히 프로그래밍이 좋은 취미이기는 하지만 막상 일로 할려니까 이것또한 쉽지 않았다. 이런거 조금만 하면 시간이 무슨 구렁이 담넘어가듯이 지나가 버려서 정신을 차려보면 밥먹을때고 밤이 되고 그렇다. 그럼 또 하루가 순식간에 가고.. 이런 하루들의 반복이다. 하지만 이런 때는 좋다. 가장 저질일때는 뭐 하는것도 없이 하루가 부쩍 가버리는 것이다. 요즘엔 이런날이 많아 졌다. 
커피를 한잔하러 학교안에 커피 전문점으로 갔다. 카페인을 섭취해줘야 오늘 하루도 가뿐할거 같았다.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음미한다. 남자 혼자 왜 저러나 싶기도 하겠지만 이제 이런것도 익숙해져서 괜찮다. 나름 그런걸 즐기기도 하고.. 나도 변태인가..
"안녕하세요 ~"
낮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는데 어제 그 여자다.. 
"어쩐 일이세요?"
"에~ 말 편하게 하시라니까는.."
"그래 커피마시러 왔어? 아니면 또 나한테 볼일 있는건가?"
"아니 그냥 보니까 반가워서 인사 했어요~"
어이. 난 안 반갑다고..
회화과란 말이 맞는지 풍기는 풍모 자체가 내 주변 사람들의 것이 아닌거 같았다. 이런 사람들은 꼭 나한테 뭔가 바라는게 있거나 목적이 있게 마련이다. 여전에도 몇번 당해 밨더니 이젠 좀 파악이 된다. 
"밥은 먹었어요? 이제 도서관 가서 책 빌릴거죠?"
"잠깐 그건 어떻게 아는거야?"
"거기 종이에 책 번호 써있는데 모.."
아. 그렇구나. 순간 스토커인가 해서 섬찟했다. 대충 얼버 무리고 떠야겠다. 계속 보는거 좀 불편하기도 하고 분명히 다른 목적이 있는걸거다. 괜히 신경쓰이는것도 싫고 나한테 얻을게 없어 보이는데 왜저러는 건지..
"도서관 가야되니까 다음에 봐. 심부름이 있어서."
라고 재빠르게 이야기하고 대답듯기전에 손흔들고 가버렸다. 생긴것도 멀정하게 생겨서 왜 저러는지 몰라. 책을 빌리고 밥먹을 사람을 찻기위해 과 도서실로 갔다. 
"형~ 어제 그여자는 누구에요? 여자친구? 작업중인 여자인가? 이쁘다던데.."
친한 후배가 뜬금없이 물어본다.
"뭐? 너 그소리는 어디서 들었어? 그리고 그런거 아니야."
이 놈으 좁다란 학과는 내가 누굴 만났다 하면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다. 그만큼 그거 외에는 서로들 이야기 할만한 꺼리들도 없긴 해선지 나도 그런 식으로 사람들과 다른사람의 이야기를 하는것을 즐기기도 하지만..
"솔직히 나쁘진 않던데 예쁘긴 했잖아. 회화과라며?"
승현이가 거든다. 이거 뭔가 잘못되가는 분위기인데. 그나저나 회화과인건 이 녀석이 어떻게 아는걸까?
"그래 예쁘다고 쳐도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냐 됬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그럼 연진오빠 나두 같이 먹으러 가요."
불연듯 소름이 돋으면서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뒤에는 수진이가 서있었다.
"야~ 너 여긴 어떻게 알고 온거야. 나한테 목적이 뭐야!!" 
Posted by blindfish
소설/틈2009. 5. 23. 21:56

1화
숲속의 학교

벌써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겠다. 매일 연속되는 과제와 시험들에 지칠대로 지쳐 있는것이었다. 오늘따라 5월의 햇살은 맑고 투명한데 하루종일 연구실의 책상에서 프로그래밍 소스를 쳐다보고 있으니.. 청춘과 젊은 날이 이렇게 흘러간다는 것에 안타가움을 느낀다. 루즈한 창문 너머로 봄바람이 들어오고 햇살은 맑고 나무는 푸르다. 마치 숲속에 학교를 지은것처럼 나무가 빽옥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적어도 시각적으론 편안함을 느낀다. 순간 뱃속에서 알수 없는 끓어 오르는 듯한 통증이 올라오는 것을 느끼고 우선 무조건 여기서 나가야 한다는 걸 느꼈다. 나가봐야 이건물 근처에서 바람이나 쐬는 거지만. 괜찮다... 괜찮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그곳엔 비슷한 청춘들이 모여 있다. 커피한잔 마시면서 햇살과 바람을 받으면서 또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하겠지. 
"과제는 다 했어?? "
"조넨 안풀린다. 아놔.. 벌써 몇일째냐.."
"다음주에 역학 시험이지?"
"그렇지.. 이제 5일도 체 안남았는데 하나도 안봤어."
"지금 몇시지?"
"한.. 4시 됬네 밥은 먹었냐?"
"아... 점심도 안먹었네.. 시간이 그렇게 빨리가나.. 어떤땐 낮인지 밤인지도 모르겠다니까.."
"그냥 밥이나 먹자.. 다 먹고 살자고 하는짓인데.."
대부분 하는 이야기는 연구실 이야기나 하는일에 대한 이야기, 서로에게 도움되는 지식에 대한 교환 등이다. 아니면 앞으로 어떻게 공부를 해나갈지에 대한것이나.. 그나저나 승현이의 말을 듣고.. 그제서야 허기가 물밀듯이 밀려 온다.. 그렇구나 밥도 안먹었구나.. 우리 S대학의 밝음과는 너무나도 대조 되게 우리는 너무 인생이 어두운거 같기도하다. 앞건물의 회화과 여자들의 단아한 모슴들은 그냥 풍경화에 불과하니까. 멍하니 보다가... 정말 예쁘다는 생각이든다. 햇살과 젊음의 싱그러움을 발산하는 사람들. 나도 나름대로 나의 젊음을 쏫고 있지만 어떤땐 그냥 괴벽스러은 것쯤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제 그런건 어자피 상관 없다. 승현과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벌써 전역하고 공부한지도 1년이 넘어 간다는걸 깨닮았다. 승현이에게 르장드르 폴리노미얼을 설명하다가 불연듯..
"야.. 2주 후에 예비군이지 않나? 아.. 전투화 어딧는지 모르는데..;"
"찻아보면 나오겠지. 없으면 대학원 선배들한테 빌려."
그럼 되겠구나.. 승현에 간단한 solution에 마음이 놓인다. 6시 수업을 들어가야하기에 음식을 대충 입속으로 밀어넣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교수님의 수업은 지루한 편이지만 적어도 나와 몇몇에게는 너무나 심오하고 한순간도 놓치기 싫은 수업이니까. 
아까 하던걸 대충 마무리 하고 기숙사에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나왔다. 몇일 들어가지도 않았더니 말이 아니다. 솔직히 그렇게 까지 급박하지도 않았는데 왜 안들어가고 그런거지...
스킨향기도 좋고 옷도 늘 입는거지만 그래도 잘 세탁이 되어 있다. 자전거로 빠르게 강의실에서 책을 폈다. 강의가 10분뒤에 시작이지만 아직도 강의실은 텅 비어 있었다. 길고 온화한 빛이 느긋한 속도로 강의실을 붉게 만든다. 어제 배운걸 예습하고.. 속속들이 사람들이 들어온다. 친한 후배은 수영이다.
"어? 오빠~ 양자 과제는 다 했어요?"
"아직 반밖에 안했어 마지막 두문제는 감도 못잡겠다. 조금더 하면 알거같기도 한데.."
"전 하나도 모르겠더라구요.. 있다가 승현 오빠한테 물어볼려구요.. "
수영이의 미소가 익숙하다. 항상 신세 많이 지고 있는.. 날 챙겨주는 좋은후배..
바쁜 걸음으로 교수님이 들어오시고 가벼운 인사와 함께 빠른 속도로 어려운 수식을 칠판에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항상 저 모습이 좋다.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빠르게 그것을 따라 쓰기 시작했다. 쓰면서도 의미를 곱씹기에 너무나 바쁘다. 
수업이 한참 지나갈때쯤 한 여자애가 강의실 뒷문을 열고 들어와 내옆에 앉았다. 풍기는 느낌부터가 이쪽 공부하는 사람이 아닌거 같든데 또 왜 하필 이 앞자리에 앉는단 말인가.. 아.. 좁은데.. 그래도 연한 화장에 상큼한 외모때문인지 참아줄만 했다. 수업이 끝나고 가려고 책들을 주어 모으고 있었다. 
"연준 오빠.. 저 앞에 부분은 필기를 못했는데 좀 보여주면 안돼요?"
어라... 이 여자 뭐야.. 내이름은 어떻게 아는거고.. 
"네? 저기.. 누구세요? 제 이름은 어떻게 아는거구요?"
"머.. 그게 중요한가요? 아무튼 도와줄수 있어요 없어요?"
"아니. 그건 해줄수 있지만.. "
"그럼 노트 가져갈게요~ 내일 봐요."
하고 노트를 가지고 사라져버린다. 한동안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쫒아가 봤지만 이미 없어지고 없다.
"아놔 승현아 저여자 머냐. 너 아는 사람이야?"
"글쎄 뉴페이스인데.. "
"수영아 넌 알아?"
"저도 처음봐요.."
"아.. 뭐냐!! 아우.. 짜증나.."
화나가서 교수님이 늦은 학생 출석 체크할때 가서 출석부를 찻아봤지만.. 그 여자는 없었다. 젠장 뭐지 수업도 안듣는데 필기는 왜 가져 간거야.. 샤워해서 기분 좋았는데 짜증이 밀러온다. 별수 없이 승현이 필기를 복사해서 연구실로 다시 갈수밖에 없었다. 기분도 안좋고 몸도 피곤한데 한잔하고 빨리 잘 심산으로 승현이를 꼬서 보았다.. 
"승현아 한잔 할래?"
"콜! 안그래도 땡겼다. 한잔하고 일찍 자자. 과제하느라 지쳤다." 
늘 가던 집에서 한잔한다. 남자 둘이서 무슨 술이냐마는 늘 이렇게 마시니까 상관 없다. 취하면 취할수록 피로감은 날아가고 마음이 편해진다. 시덥지않은 여자이야기나 농담등을 하면서 시간이 빨리간다. 이렇게 피로가 가시는거 같지만 또 내일은 약간의 숙취가 기다리겠지.. 하지만 술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사는게 너무 팍팍할거 같았다. 순간 .. 승현이뒤 쇼윈도 너머로 그 여자가 지나가는게 보였다.. 
"야 잠깐만 있어봐."
"왜?"
"아까 그애야. 아쒸 필기 받아 와야지. 그리고 한마디 해야겠어.."
"뭐라고 할건데?"
대답도 하지 않고 우선 뛰쳐 나갔다. 남에 물건을 함부로 가져가다니 가만 두지 않겠어..
Posted by blindfish
소설/틈2009. 5. 21. 14:30

prologue

그녀의 비밀을 알았을때.. 

그녀의 웃음을.. 그녀의 눈물을.. 그리고 그녀의 따스함을..

그때야 비로서 온전히 이해할수 있었다.. 

비록 그녀는 지금 내곁에는 없지만..

그녀와 나 사이의 생긴 틈을 매꾸기 위해 그리고..

온전히 그녀를 사랑하기 위해.. 

그녀를 찻기 위한 긴 여행을 떠나려 한다..


정향민 소설 "틈"...  이제 시작합니다..
연재는 매 둘째주 넷째주 토요일.. 
시간은 없지만 약속은 지킬지 모르겠지만 노력 해보겠습니다..
Posted by blindf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