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틈2010.12.27 03:08

6. 상전이
긴 신호를 기다리며 횡단보도 앞에 서있다. 입에선 얼마나 추운지 잘 알려주는 하얀 김을 뿜어 낸다. 횡단 보도 앞엔 많은 사람들이 서있다. 학교를 가려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 출근하려고 바쁘게 움직이는 직장인들, 수업을 지각하지 않으려고 바쁘게 달리는 대학생들, 언제나 그렇듯 횡단 보도를 건너 천천히 연구실로 걸어간다. 어느세 겨울... 봄이나 여름은 그 싱그러움을 간직하고 순식간에 흘러가고 언제나 그렇듯 시간은 슬적 그리고 반복적으로 눈앞에 나타난다. 이번이 여기서 맞이하는 몇번째 겨울인지..  더이상 기억나지 않았다. 
오랜동안 수진이와 자주 마주 하지 못했다. 그후로 몇번정도는 만나고 그랬지만 전처럼 자주 만나지도 귀찮게 쫒아 다니지도 않았었다. 그리고 나도 그렇고 승현이도 그렇고 예전의 생활들로 다시 금방 돌아가고 말았다. 긴 시간동안 마음의 변화란게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가끔은 그렇게 수진이를 그리워 하기도 하고 생각하기도 했던거 같다. 
교수님과의 짧은 면담후.. 다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전하곤 많이 다르게 요즘은 하는 공부도 잘 될고 마음이 많이 안정되 있는듯해 보였다. 긴 복도를 걷다..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오랜만이야.."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 "
"네. 그럼요."
작은 미소와 짧은 목례를 하고 사라지는 수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알수없는 씁쓸함을 느꼈다.. 식당으로 내려가니 언제나 혼자 밥먹으러 와서 본의아니게 모여서 먹는 학과의 무리들을 발견한다. 매일 같은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을 볼때마다 지치지도 않나 싶다. 물런 나도 늘하는 물리이야기중에 새로운 이야기를 들으면 상당히 반갑기 마련이지만 이녀석들은 취한것도 아니고 한이야기 또하고 또하고 하는거 보면 다들 정말 대단한 애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진누나 남자친구생긴거죠? " 
뜬금없는 전일이의 질문..
"몰라.."
짦게 대답했다.
"전에 가던 남자가 남자친구 아닌가요? 이제 무지 오래 사귄거 같던데..."
"밥먹자..!.." 
승현이가 고맙게도 적절하게 잘라준다. 마치 그 아이와 내가 무슨 사이라도 되느냥 이야기 하는 후배들 선배들에 조금씩 지쳐갈마나도 하다. 물런 나도 여전히 의문인 부분들이 많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나와 함께 있으면서 뭔가를 얻어내지도 구하지도 않고 갑자기.. 내곁을 휙하고 떠나버리더니 이제는 잘지내는거 보면.. 솔직히 뭐가 뭔지 알바가 없다. 그냥 가끔씩 답답하고 씁쓸할따름이다. 
도서관 5층 승현이와 오랜만에 다시 열띤 토론중이다. 아크릴 칠판과 보드마카.. 그래도 종종 칠판보다는 훨신 좋다는 생각이 든다. 아크릴칠판이 식으로 꼼꼼하게 차갈때쯤 논의가 대충 끝났고 승현이는 일이 있다고 먼저 도서관을 빠져 나갔다. 지우개로 써놓은것을 차곡차곡 지우면서 다시 내용을 확인하고 있을때쯤.. 익숙한 목소리다..
"요즘도 이렇게 공부하나 봐요?"
수진이다. 갑자기 무슨일일까.. 표정이 사뭇 밝지는 않았다. 
"무슨일있어? 표정이 안좋아 보이는데.. "
"아무것도 아니에요. 잠깐 이야기 할수 있을까요?"
에스프레소 끓는 소리와 함께 하얀 대리석 테이블에 있는 원반이 진동을 일의킨다. 한동안 말이 없었나 보다 황급히 원반을 들고가서 커피를 찻아 왔다. 
"운명 같은거 믿어요?"
"응?"
"전 그런거 안믿거든요. 그런데 가끔씩은 그런게 정말 있지 않나 그런생각이 들어요."
"너 정말 무슨일 있구나. "
"실은 선배랑 헤어졌어요.. 정말 좋은 사람이었는데 아닌건 아니었나봐요.. "
그너의 길지 않은 지난 간단한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조금의 답답함을 느꼈다. 그녀의 말들이 끝나고 잠깐 긴 정적이 흐르고 머리가 멍해지기 시작했다. 이럴땐 무슨말을 어떻게 해줘야 할까.. 말이 없는 그녀의 눈이 점점 붉어지고 있는데.. 어떻게해야 이 아이가 상처 받지 않게 잘 이야기 할수 있을까.. 아주 조그마한 그 아이의 흐느낌에도 그녀가 상처받는 느낌이 마음속으로 파고들었고, 바보 같은 나는 어쩔줄 몰라 했다. 
"저녁 먹었어? 배고프다.."
라는 미소 품은 나의 말에 붉게 뜬눈을 감았다가 뜨며 그녀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Posted by blind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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