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틈2009. 5. 23. 21:56

1화
숲속의 학교

벌써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겠다. 매일 연속되는 과제와 시험들에 지칠대로 지쳐 있는것이었다. 오늘따라 5월의 햇살은 맑고 투명한데 하루종일 연구실의 책상에서 프로그래밍 소스를 쳐다보고 있으니.. 청춘과 젊은 날이 이렇게 흘러간다는 것에 안타가움을 느낀다. 루즈한 창문 너머로 봄바람이 들어오고 햇살은 맑고 나무는 푸르다. 마치 숲속에 학교를 지은것처럼 나무가 빽옥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적어도 시각적으론 편안함을 느낀다. 순간 뱃속에서 알수 없는 끓어 오르는 듯한 통증이 올라오는 것을 느끼고 우선 무조건 여기서 나가야 한다는 걸 느꼈다. 나가봐야 이건물 근처에서 바람이나 쐬는 거지만. 괜찮다... 괜찮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그곳엔 비슷한 청춘들이 모여 있다. 커피한잔 마시면서 햇살과 바람을 받으면서 또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하겠지. 
"과제는 다 했어?? "
"조넨 안풀린다. 아놔.. 벌써 몇일째냐.."
"다음주에 역학 시험이지?"
"그렇지.. 이제 5일도 체 안남았는데 하나도 안봤어."
"지금 몇시지?"
"한.. 4시 됬네 밥은 먹었냐?"
"아... 점심도 안먹었네.. 시간이 그렇게 빨리가나.. 어떤땐 낮인지 밤인지도 모르겠다니까.."
"그냥 밥이나 먹자.. 다 먹고 살자고 하는짓인데.."
대부분 하는 이야기는 연구실 이야기나 하는일에 대한 이야기, 서로에게 도움되는 지식에 대한 교환 등이다. 아니면 앞으로 어떻게 공부를 해나갈지에 대한것이나.. 그나저나 승현이의 말을 듣고.. 그제서야 허기가 물밀듯이 밀려 온다.. 그렇구나 밥도 안먹었구나.. 우리 S대학의 밝음과는 너무나도 대조 되게 우리는 너무 인생이 어두운거 같기도하다. 앞건물의 회화과 여자들의 단아한 모슴들은 그냥 풍경화에 불과하니까. 멍하니 보다가... 정말 예쁘다는 생각이든다. 햇살과 젊음의 싱그러움을 발산하는 사람들. 나도 나름대로 나의 젊음을 쏫고 있지만 어떤땐 그냥 괴벽스러은 것쯤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제 그런건 어자피 상관 없다. 승현과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벌써 전역하고 공부한지도 1년이 넘어 간다는걸 깨닮았다. 승현이에게 르장드르 폴리노미얼을 설명하다가 불연듯..
"야.. 2주 후에 예비군이지 않나? 아.. 전투화 어딧는지 모르는데..;"
"찻아보면 나오겠지. 없으면 대학원 선배들한테 빌려."
그럼 되겠구나.. 승현에 간단한 solution에 마음이 놓인다. 6시 수업을 들어가야하기에 음식을 대충 입속으로 밀어넣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교수님의 수업은 지루한 편이지만 적어도 나와 몇몇에게는 너무나 심오하고 한순간도 놓치기 싫은 수업이니까. 
아까 하던걸 대충 마무리 하고 기숙사에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나왔다. 몇일 들어가지도 않았더니 말이 아니다. 솔직히 그렇게 까지 급박하지도 않았는데 왜 안들어가고 그런거지...
스킨향기도 좋고 옷도 늘 입는거지만 그래도 잘 세탁이 되어 있다. 자전거로 빠르게 강의실에서 책을 폈다. 강의가 10분뒤에 시작이지만 아직도 강의실은 텅 비어 있었다. 길고 온화한 빛이 느긋한 속도로 강의실을 붉게 만든다. 어제 배운걸 예습하고.. 속속들이 사람들이 들어온다. 친한 후배은 수영이다.
"어? 오빠~ 양자 과제는 다 했어요?"
"아직 반밖에 안했어 마지막 두문제는 감도 못잡겠다. 조금더 하면 알거같기도 한데.."
"전 하나도 모르겠더라구요.. 있다가 승현 오빠한테 물어볼려구요.. "
수영이의 미소가 익숙하다. 항상 신세 많이 지고 있는.. 날 챙겨주는 좋은후배..
바쁜 걸음으로 교수님이 들어오시고 가벼운 인사와 함께 빠른 속도로 어려운 수식을 칠판에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항상 저 모습이 좋다.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빠르게 그것을 따라 쓰기 시작했다. 쓰면서도 의미를 곱씹기에 너무나 바쁘다. 
수업이 한참 지나갈때쯤 한 여자애가 강의실 뒷문을 열고 들어와 내옆에 앉았다. 풍기는 느낌부터가 이쪽 공부하는 사람이 아닌거 같든데 또 왜 하필 이 앞자리에 앉는단 말인가.. 아.. 좁은데.. 그래도 연한 화장에 상큼한 외모때문인지 참아줄만 했다. 수업이 끝나고 가려고 책들을 주어 모으고 있었다. 
"연준 오빠.. 저 앞에 부분은 필기를 못했는데 좀 보여주면 안돼요?"
어라... 이 여자 뭐야.. 내이름은 어떻게 아는거고.. 
"네? 저기.. 누구세요? 제 이름은 어떻게 아는거구요?"
"머.. 그게 중요한가요? 아무튼 도와줄수 있어요 없어요?"
"아니. 그건 해줄수 있지만.. "
"그럼 노트 가져갈게요~ 내일 봐요."
하고 노트를 가지고 사라져버린다. 한동안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쫒아가 봤지만 이미 없어지고 없다.
"아놔 승현아 저여자 머냐. 너 아는 사람이야?"
"글쎄 뉴페이스인데.. "
"수영아 넌 알아?"
"저도 처음봐요.."
"아.. 뭐냐!! 아우.. 짜증나.."
화나가서 교수님이 늦은 학생 출석 체크할때 가서 출석부를 찻아봤지만.. 그 여자는 없었다. 젠장 뭐지 수업도 안듣는데 필기는 왜 가져 간거야.. 샤워해서 기분 좋았는데 짜증이 밀러온다. 별수 없이 승현이 필기를 복사해서 연구실로 다시 갈수밖에 없었다. 기분도 안좋고 몸도 피곤한데 한잔하고 빨리 잘 심산으로 승현이를 꼬서 보았다.. 
"승현아 한잔 할래?"
"콜! 안그래도 땡겼다. 한잔하고 일찍 자자. 과제하느라 지쳤다." 
늘 가던 집에서 한잔한다. 남자 둘이서 무슨 술이냐마는 늘 이렇게 마시니까 상관 없다. 취하면 취할수록 피로감은 날아가고 마음이 편해진다. 시덥지않은 여자이야기나 농담등을 하면서 시간이 빨리간다. 이렇게 피로가 가시는거 같지만 또 내일은 약간의 숙취가 기다리겠지.. 하지만 술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사는게 너무 팍팍할거 같았다. 순간 .. 승현이뒤 쇼윈도 너머로 그 여자가 지나가는게 보였다.. 
"야 잠깐만 있어봐."
"왜?"
"아까 그애야. 아쒸 필기 받아 와야지. 그리고 한마디 해야겠어.."
"뭐라고 할건데?"
대답도 하지 않고 우선 뛰쳐 나갔다. 남에 물건을 함부로 가져가다니 가만 두지 않겠어..
Posted by blindf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