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틈2011. 1. 26. 22:10

11. 비관성 좌표계
눈을 뜨자마자 어제 끓여 두었던 국에 불을키고,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낸다. 내 파란색 고양이 키키는 아침부터 밥부터 달라고 보챈다. 텅빈집의 거실에서 티비를 키고 커피를 만든다. 구수한 냄새가 집안을 가득 매우고 커피를 마시면서 티비를 본다. 조용한 집에 티비가 쾌쾌한 침묵을 없애준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식탁에 앉아서 씩씩하게 밥을 먹는다. 샤워를 하고 드라이를 하고 화장을 하고 오늘 무슨 옷을 입을지 옷장을 열어 고른다. 새로산 향수를 뿌리고 학교에 갈 준비를 하기 위해 이것저것 챙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집을 나서기 전 현관에 있는 가족사진을 본다. 엄마.. 아빠.. 언니.. 너무 보고싶다.. 
보드라운 햇살, 약간 가벼운 걸음, 온화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조금은 차가운 아침.. 내이름은 신수진. 벌써 회화과에서 3학년이 된 스물셋의 대학생이고 꿈도 많고 생각도 많은 아이이다. 벌써 이곳에 온지도 스무살때부터니까 사년이 되간다. 처음 몇년동안은 정말 재밋고 신나고 내 맘대로 살았던거 같다. 엄마가 요리도 잘 알려줬어서 이제 음식도 잘한다. 참 내가 봐도 대견하네. 학교까지 걸어가는 길에 괜시리 혼자 웃어 본다. 
미대 건물쯤 왔을때쯤 연준오빠가 서있다. 연준 오빠를 처음 본건 작년 가을쯤이었다. 처음봤을때는 너무 반가워서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랐었다. 물런 좀더 일찍 만나고 싶긴 했지만 그땐 때가 아니었으니까.. 우선 뭐라고 대충 둘러대고 노트를 들고 나가 버렸던걸로 기억한다. 참 그런 당당함은 어디서 나온건지.. 처음엔 오빠의 반응들이 너무 재밋고 신기해서 한참동안이나 재밋어 했다. 그리고 내가 알던 김연준이란 사람하고 너무 다르다는것에 처음엔 많이 놀랐었다. 한없이 밝고 행복한 미소를 가진 다정하고 자상한 사람이었는데 내 앞에 있는 사람은 너무 어둡고 차가우면서 씨니컬한 사람이었다.
"밥 먹었어? 너 어제 도서관에서 울때 너무 많이 걱정됬었어.."
지금 내앞에 있는 사람은 내가아는 김연준이 맞다. 기분이 좋아졌다. 
"네 괜찮아졌어요. 뭐 이런일두 저런일도 있구 그런걸요 뭐."
"다행이다. 기분 많이 좋은거 같아서.. 수업 언제 끝나? 있다가 점심이나 같이 먹자. "
"12시에 끝나니까 그때 연락할게요."
오전부터 조금 지루한 역사와 이론수업을 들어갔다. 강의실 안에는 친한 동기인 선정이가 자리를 잡고 있다.
"수진아~ 언제 왔어? "
"방금 왔어. "
"너 선배랑 헤어졌다면서? " 갑자기 목소리를 죽이는 선정이.. 참 귀엽다.
"응. 그렇게 하기로 했어." 
"왜? 잘 만나는거 아니었어? "
"그냥 좀 그렇더라구. 고민해보니까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있는거 같았어."
"그 연준인가 하는 사람? 왜? 솔직히 너랑 안어울려~ 너가 훨신 아깝지~"
"말만이라도 고맙다." 
가볍게 짓는 미소에 선정이는
"아무튼 너가 좋다니깐. 내가 많이 응원해줄게~ 아. 수업 시작한다."
바로 교수님이 들어오시고 조금 지루한 수업이 시작됬다. 학기 초의 설레임과 시끌벅적함이 조금은 들뜨게 만든다.
가까운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고 약간은 쌀쌀한 캠퍼스를 걷기 시작했다. 금방 학교에서 나와서 학교주변의 시가지로 나왔다. 
"나 궁금한데.. 넌 어떤사람이야? 생각해보니까 내가 너에 대해서 아는게 하나도 없다. "
"흠.. 뭐부터 이야기해야 할까요.. "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몰래 머리속에서 이야기를 잘랐다 붙였다 해본다.
"제가 처음에 이곳에 왔을땐, 지금 처럼 아웃사이더도 아니었구. 학과 생활도 열심히 하고 재밋었어요. 2학년땐 휴학하고 일도 햇었는데 일할때는 회사사람들 하고도 재밋게 지내선지 정말 즐겁게 지냈었어요. 무슨 무역회사 였었는데.. 정말 즐겁게 일했어서 아직도 기억이 많이 남고 아직도 회사사람들하고 연락도 하고 그래요. 맞다! 남자친구도 있었는데 회사 동료였는데 회사에서 서로 같이 많이 혼나고 일도 같이 해서 정이 많이 들었었죠. "
"요즘도 많이 생각나?"
"에이~ 그럴리가요. 벌써 한 2년 전인데요 뭐.."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확 불어온다. 순간 눈을 찔끔 감는데 바람이 느껴지지가 않았다. 오빠가 바람을 가리고 있었다. 바람이 잦아들고 그는 머플러를 벗어서 내 목에 둘러주면서.
"나 너한테 할말있어."
그말하려나 보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 미리 알고 있었지만 역시 이렇게 되니 너무 떨리기 시작했다.
"나랑 사귀자."
"고마워요. 참 오래걸렸네요."
라고 하고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 졌다. 

다음날 수업을 듣고 그를 만나러 자연과학부 건물에 왔는데 그가 학과 후배들을 만나고 있었다.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해서 슬쩍 그의 등을 확 끌어 안으면서
"안녕하세요?"
라고 했다. 그의 얼굴 표정이 기대된다.  
"어? 수진아 안녕~" 
수영 언니의 목소리.
"어? 뭐야~"
"저 오빠랑 사귀기로 했어요."
Posted by blindf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