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틈2011. 1. 3. 22:15

7. 대칭성의 붕괴
학교근처의 조그마한 밥집. 간단한 나물류의 반찬들이 나오고 속에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음식들이 주를 이루는 곳이다. 음식이 나오자 밥을 떠서 조그마한 입으로 한술한술 먹기 시작한다. 밥을 먹으면서도 우리는 별로 말이 없었다. 그저 별로 화려하지 않은 음식들을 조용조용 가만히 먹고 있었다. 거의다 먹고 나올때쯤 그애가 입을 열었다.
"역시 밥먹으니까 기분이 더 나아지네요."
그애의 말에 긍정하면서도 참 사람이란 묘한 구석이 있다는걸 느끼게 되었다. 추운 학교 외각 길을 같이 걷다 눈을 떠보니 낮선 작은 주택앞에 있었다. 
"제가 사는 집이에요. 와서 커피라도 한잔하고 가세요."
지금 이 상황이 조금 위험한 상황이란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제안을 쉽게 거절할수가 없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집에는 작은 정원이 있었고 조금더 걸어들어가니 현관이 나왔다. 요즘같은 시절에 이런 집에서 사는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붉은 색 지붕위에 다락이 있는 예쁜 집이었다. 
"부모님 안계셔? 이렇게 불쑥 들어가도 되는거야?"
"네. 여기 저 혼자 살아요. "
이거 정말 좀 위험한 상황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조그마한 원룸에 혼자사는 나로서는 이런 제법 큰집에 이 아이 혼자산다는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현관 안으로 들어가자 조그마한 거실이 있었고 들어 오는 우리를 시큰둥하게 쳐다보는 햐얀색의 고양이가 있었다. 외투를 벗고 그녀는 능숙하게 커피를 꺼내서 핸드밀에 넣어서 커피를 갈아 내기 시작했다. 은은하게 퍼지는 고소한 향이 마음에 들었다. 저런걸 가지고 사는 사람도 흔치 않을텐데.. 그녀는 드리퍼에 필터를 끼우고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물은 순식간에 끓었고 커피를 내리기 시작하자. 고소한 향은 집안에 그윽하게 퍼졌다. 아주 심플한 디자인의 식탁에 앉아서 우리는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커피는 쓰지 않으면서도 커피의 감칠맛과 적절한 신맛을 가지고 있었다.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님을 느꼈다. 
"부모님은 어디서 사셔? "
"오빠.. 저 실은. 부모님 안계세요."
순간 내 표정은 조금 곤욕스럽게 바뀌었고 그녀는 시선을 피했다.  무슨말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그녀가 먼저 입을 뗏다.
"부모님이 안계신건 아니데.. 제가 성인이 되면서 부터 헤어지게 됬어요. 이제는 보고싶어도 다시는 볼수 없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항상 저를 지겨보고 있고 제가 무얼하는지 무슨 고민을 하는지 알고 계실테니까요.. 분명히 저를 응원해주고 있고 그만큼 제 고민에 잠도 못자고 있으실거니까요.."
그녀의 말에 무슨말인지 도무지 나는 알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녀의 말에 그녀가 너무 가여워졌다. 난 시종일관 미소로 화답하며,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의 표정은 어둡지많은 않았고, 난 그녀의 말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어렵긴 했지만..  그녀와 커피를 마시고 거실 쇼파에 편히 앉아서 티비를 보았다.  별 시덥지 않은 티비 프로를 보고 있었지만.. 우리는 웃고 있었고 편한한 느낌을 받으면서 말하지 않았지만 따스함을 느꼈다. 햐얀색 고양이는 자꾸 나를 귀찮게 괴롭혔지만 말이다.
그렇게 계속 티비를 보다가 그녀를 보니 쇼파에서 잠들어 있었다.  그녀를 안고 침실에 옮기는동안 그녀가 그렇게 가볍다는 사실에 더 놀랄수밖에 없었다. 그녀를 침대에 뉘의고 한참동안이나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잠들어 있는 그녀는 어딘가 외로워 보였다. 매일매일 텅빈 집에 들어왔을 그녀를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이 커다란 집에 혼자 잠들었을것을 생각해보니 더 그러한것 같아 보였다. 뒤돌아 나오다가 그녀의 다른 방을 보았다. 그녀의 작업실 같아 보이는 곳이 보였다. 커다란 캔버스와 바닥에 깔린 비닐이 그녀의 화실이라는 확신을 들게 하였다. 작업실은 커다란 발코니에 햇빛이 들고 있었고 약간 독특한 물감 냄새가 안을 덥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그림을 보았다. 긴 햇살 아래 행복해 보이는 가족이 걷고 있는 거리를 그린 그림이 보였다. 
그녀의 집을 나와 집이 잠긴것을 몇번이나 확인하고 어두운 길을 걸어서 집에 도착했다. 아직 내가 수진이라는 아이에 대해서 아직 모르는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어떤 시간을 보내고 어떤 사람을 만나봤고 어떤 사랑을 했던걸까.. 내가 아는 수진이란 아이의 모습은 보이는게 전부가 아닐것이고 내가 격어보지 못한 일들을 격어 보았을 것이고, 내가 해보지 못하는 경험을 했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더.. 이해해야만 한다.. 
Posted by blindf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