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툴바


소설/benisaf2012/04/22 18:10

일을 마치고 조금은 피곤해진 몸을 이끌고 어디에나 떠나고 싶은 날이 있다. 오늘은 아마도 딱 그런 날이 었을 듯.. 차를 타고 오랜만에 혼자 드라이브를 가다가 멀리 보이는 언덕에 큰 목조건물이 하나 보였다. 무심히 올라 갔을 때 드넓은 주차장이 보이기 시작했고 차도 이미 몇 군데 주차 되어 있었다. 마치 동화나 티비에나 나올법한 예쁜 건물이 인상적이다. 건물 옆 쪽으로는 큰 편백나무 숲이 보였고 시원한 바람에 따라 향긋한 향기가 날려왔다 카페 안은 1/3 정도가 사람들에 차있었고 그렇게 시끄럽지도 부산하지도 않은 분위기였다. 커피를 만드는 부분은 마치 칵테일 바를 연상시키는 구조였다. 다른 것이 하나 있다면 모든 것들이 나물도 되어있다는 것 빼곤.. 어디 앉을까 고민하다가 아무 생각 없이 바 부분에 앉았다 30대 중반 쯤으로 보이는 사장님이 있었는데 다른 점원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검은 앞치마를 두른 사장님이 내 앞에 섰다. 비교적 짧은 머리에 단정해 보이는 얼굴, 전체적으로 깔끔한 느낌이었다. 사장이라고 하기엔 아직 좀 젊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는 밝게 웃으면서

"어떤 걸로 준비해 드릴까요?" 라고 이야기 했다.

별 생각 없이,

"라떼 한잔 주세요." 라고 하고는

핸드폰을 확인 해보았다. 남자친구에선 아직 연락이 없고 간단하게 문자를 보낸후, 우유에 커품을 내고 있는 사장님을 물끄러미 보앗다.

"오늘은 남자친구 분 하고 같이 안 오셨네요. "

"네?"

"제가 자주 가는 식당에 자주 오시더라구요.  저 앞 시내에 맛있는 한정식 집이요. "

조그마한 변두리의 도시라서 그런지 우연히 마주치는 일이 많기도 하다. 어느새 커피가 다 만들어져 있었고 남자 친구에겐 여전히 연락이 없었다. 그냥 잠시 사장님하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도 서른이니까 사장님하고 비슷한 또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시간을 때우려 나는 카페가 만들어진 이야기를 듣기를 부탁했고 사장님은 웃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저에게도 의미가 있는 곳이에요. 은근히 사연이 많은 곳입니다. 실은 원래 제 직업은 작곡가에요. 이 가계는 수익을 목적으로 만든 건 아니구요. 영업 끝나면 연습실로 쓰기도 하고 그래요. 친구들 모아 놓고 술판을 벌리기도 하구요. 그냥 전부터 이런 카페를 가지고 싶어서 만들게 되었답니다. 이런 하나의 이유는 아니구요. 이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어요. 이곳은 오래 전부터 카페 였는데 제가 몇년전에 인수해서 다시 리모델링 한 것이 랍니다. "

"아.. 누구를 기다리는데요? 혹시 첫사랑?? "

그는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면서 쑥스럽게 이야기 했다.

"아;; 네. 그렇죠. 하하.."

반 장난스럽게 슬쩍 떠본 것인데 사장님의 반응은 생각보다 즉각적이어서 조금 미안해 졌다.

"참 이 나이에 그런 거나 믿고 있는 게 좀 이상하죠? "

"에이 뭘 어때요. 넘 낭만적인데!"

생각보다 수줍은 사장님의 반응이 귀여웠었다.

전화 벨이 울리고 전화를 받았다.

"미안. 일이 이제야 끝났어. 지금 밖에 있는데 들어갈까?"

남자친구가 왔다. 조금 늦긴 했지만 그리 오래 기다린 건 아니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도 온지 얼마 안됬어. 지금 나갈게. "

라고 이야기 하고 남은 커피를 한 모금 하고 가방을 들었다.

"벌써 가세요? "

"네. 남자친구가 왔어요. "

"조심히 들어가시고 다음엔 남자친구 분하고 같이 오세요."

"다음에 오면 지금 이야기 또 들려주세요. 재밋을 것 같아요. "

"그럼요. 들려 드릴게요. "

가방을 들고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다가 뒤를 바라보니 사장님이 문 쪽을 보고 있었다.

순간. 거짓말처럼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조금씩 주변 풍경들이 흐려지기 시작하다가 땅바닥부터 진한 흙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비에 젖을 수록 강해지는 주변 꽃 향기들로 인해 점점 머리가 어지러워 지면서 정신이 멍해 졌다. 몇 분간 내리는 비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우산 가져 가세요. "

"네?"

일하던 어린 여자 아이가 노란 우산을 내민다.

"사장님이 다음에 올 때 가지고 오시라고 하네요. "

"고마워요. "

웃으며 사장님 쪽을 보았지만 그는 카페 안에 피아노 앞에 앉아 악보들을 넘겨보고 있었다.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안와?"

"응? 아니야. 지금나가."

"비온다. 우산 있어?"

"응.. 있어."

우산을 쓰고 주차장을 가로질러 차에 탔다. 그리곤 시동을 걸고 쫒기듯이 바쁘게 출발 했다.

저작자 표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blindf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