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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09.05.21
소설/틈2011. 1. 3. 22:15

7. 대칭성의 붕괴
학교근처의 조그마한 밥집. 간단한 나물류의 반찬들이 나오고 속에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음식들이 주를 이루는 곳이다. 음식이 나오자 밥을 떠서 조그마한 입으로 한술한술 먹기 시작한다. 밥을 먹으면서도 우리는 별로 말이 없었다. 그저 별로 화려하지 않은 음식들을 조용조용 가만히 먹고 있었다. 거의다 먹고 나올때쯤 그애가 입을 열었다.
"역시 밥먹으니까 기분이 더 나아지네요."
그애의 말에 긍정하면서도 참 사람이란 묘한 구석이 있다는걸 느끼게 되었다. 추운 학교 외각 길을 같이 걷다 눈을 떠보니 낮선 작은 주택앞에 있었다. 
"제가 사는 집이에요. 와서 커피라도 한잔하고 가세요."
지금 이 상황이 조금 위험한 상황이란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제안을 쉽게 거절할수가 없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집에는 작은 정원이 있었고 조금더 걸어들어가니 현관이 나왔다. 요즘같은 시절에 이런 집에서 사는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붉은 색 지붕위에 다락이 있는 예쁜 집이었다. 
"부모님 안계셔? 이렇게 불쑥 들어가도 되는거야?"
"네. 여기 저 혼자 살아요. "
이거 정말 좀 위험한 상황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조그마한 원룸에 혼자사는 나로서는 이런 제법 큰집에 이 아이 혼자산다는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현관 안으로 들어가자 조그마한 거실이 있었고 들어 오는 우리를 시큰둥하게 쳐다보는 햐얀색의 고양이가 있었다. 외투를 벗고 그녀는 능숙하게 커피를 꺼내서 핸드밀에 넣어서 커피를 갈아 내기 시작했다. 은은하게 퍼지는 고소한 향이 마음에 들었다. 저런걸 가지고 사는 사람도 흔치 않을텐데.. 그녀는 드리퍼에 필터를 끼우고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물은 순식간에 끓었고 커피를 내리기 시작하자. 고소한 향은 집안에 그윽하게 퍼졌다. 아주 심플한 디자인의 식탁에 앉아서 우리는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커피는 쓰지 않으면서도 커피의 감칠맛과 적절한 신맛을 가지고 있었다.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님을 느꼈다. 
"부모님은 어디서 사셔? "
"오빠.. 저 실은. 부모님 안계세요."
순간 내 표정은 조금 곤욕스럽게 바뀌었고 그녀는 시선을 피했다.  무슨말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그녀가 먼저 입을 뗏다.
"부모님이 안계신건 아니데.. 제가 성인이 되면서 부터 헤어지게 됬어요. 이제는 보고싶어도 다시는 볼수 없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항상 저를 지겨보고 있고 제가 무얼하는지 무슨 고민을 하는지 알고 계실테니까요.. 분명히 저를 응원해주고 있고 그만큼 제 고민에 잠도 못자고 있으실거니까요.."
그녀의 말에 무슨말인지 도무지 나는 알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녀의 말에 그녀가 너무 가여워졌다. 난 시종일관 미소로 화답하며,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의 표정은 어둡지많은 않았고, 난 그녀의 말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어렵긴 했지만..  그녀와 커피를 마시고 거실 쇼파에 편히 앉아서 티비를 보았다.  별 시덥지 않은 티비 프로를 보고 있었지만.. 우리는 웃고 있었고 편한한 느낌을 받으면서 말하지 않았지만 따스함을 느꼈다. 햐얀색 고양이는 자꾸 나를 귀찮게 괴롭혔지만 말이다.
그렇게 계속 티비를 보다가 그녀를 보니 쇼파에서 잠들어 있었다.  그녀를 안고 침실에 옮기는동안 그녀가 그렇게 가볍다는 사실에 더 놀랄수밖에 없었다. 그녀를 침대에 뉘의고 한참동안이나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잠들어 있는 그녀는 어딘가 외로워 보였다. 매일매일 텅빈 집에 들어왔을 그녀를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이 커다란 집에 혼자 잠들었을것을 생각해보니 더 그러한것 같아 보였다. 뒤돌아 나오다가 그녀의 다른 방을 보았다. 그녀의 작업실 같아 보이는 곳이 보였다. 커다란 캔버스와 바닥에 깔린 비닐이 그녀의 화실이라는 확신을 들게 하였다. 작업실은 커다란 발코니에 햇빛이 들고 있었고 약간 독특한 물감 냄새가 안을 덥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그림을 보았다. 긴 햇살 아래 행복해 보이는 가족이 걷고 있는 거리를 그린 그림이 보였다. 
그녀의 집을 나와 집이 잠긴것을 몇번이나 확인하고 어두운 길을 걸어서 집에 도착했다. 아직 내가 수진이라는 아이에 대해서 아직 모르는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어떤 시간을 보내고 어떤 사람을 만나봤고 어떤 사랑을 했던걸까.. 내가 아는 수진이란 아이의 모습은 보이는게 전부가 아닐것이고 내가 격어보지 못한 일들을 격어 보았을 것이고, 내가 해보지 못하는 경험을 했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더.. 이해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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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틈2010. 12. 27. 03:08

6. 상전이
긴 신호를 기다리며 횡단보도 앞에 서있다. 입에선 얼마나 추운지 잘 알려주는 하얀 김을 뿜어 낸다. 횡단 보도 앞엔 많은 사람들이 서있다. 학교를 가려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 출근하려고 바쁘게 움직이는 직장인들, 수업을 지각하지 않으려고 바쁘게 달리는 대학생들, 언제나 그렇듯 횡단 보도를 건너 천천히 연구실로 걸어간다. 어느세 겨울... 봄이나 여름은 그 싱그러움을 간직하고 순식간에 흘러가고 언제나 그렇듯 시간은 슬적 그리고 반복적으로 눈앞에 나타난다. 이번이 여기서 맞이하는 몇번째 겨울인지..  더이상 기억나지 않았다. 
오랜동안 수진이와 자주 마주 하지 못했다. 그후로 몇번정도는 만나고 그랬지만 전처럼 자주 만나지도 귀찮게 쫒아 다니지도 않았었다. 그리고 나도 그렇고 승현이도 그렇고 예전의 생활들로 다시 금방 돌아가고 말았다. 긴 시간동안 마음의 변화란게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가끔은 그렇게 수진이를 그리워 하기도 하고 생각하기도 했던거 같다. 
교수님과의 짧은 면담후.. 다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전하곤 많이 다르게 요즘은 하는 공부도 잘 될고 마음이 많이 안정되 있는듯해 보였다. 긴 복도를 걷다..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오랜만이야.."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 "
"네. 그럼요."
작은 미소와 짧은 목례를 하고 사라지는 수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알수없는 씁쓸함을 느꼈다.. 식당으로 내려가니 언제나 혼자 밥먹으러 와서 본의아니게 모여서 먹는 학과의 무리들을 발견한다. 매일 같은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을 볼때마다 지치지도 않나 싶다. 물런 나도 늘하는 물리이야기중에 새로운 이야기를 들으면 상당히 반갑기 마련이지만 이녀석들은 취한것도 아니고 한이야기 또하고 또하고 하는거 보면 다들 정말 대단한 애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진누나 남자친구생긴거죠? " 
뜬금없는 전일이의 질문..
"몰라.."
짦게 대답했다.
"전에 가던 남자가 남자친구 아닌가요? 이제 무지 오래 사귄거 같던데..."
"밥먹자..!.." 
승현이가 고맙게도 적절하게 잘라준다. 마치 그 아이와 내가 무슨 사이라도 되느냥 이야기 하는 후배들 선배들에 조금씩 지쳐갈마나도 하다. 물런 나도 여전히 의문인 부분들이 많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나와 함께 있으면서 뭔가를 얻어내지도 구하지도 않고 갑자기.. 내곁을 휙하고 떠나버리더니 이제는 잘지내는거 보면.. 솔직히 뭐가 뭔지 알바가 없다. 그냥 가끔씩 답답하고 씁쓸할따름이다. 
도서관 5층 승현이와 오랜만에 다시 열띤 토론중이다. 아크릴 칠판과 보드마카.. 그래도 종종 칠판보다는 훨신 좋다는 생각이 든다. 아크릴칠판이 식으로 꼼꼼하게 차갈때쯤 논의가 대충 끝났고 승현이는 일이 있다고 먼저 도서관을 빠져 나갔다. 지우개로 써놓은것을 차곡차곡 지우면서 다시 내용을 확인하고 있을때쯤.. 익숙한 목소리다..
"요즘도 이렇게 공부하나 봐요?"
수진이다. 갑자기 무슨일일까.. 표정이 사뭇 밝지는 않았다. 
"무슨일있어? 표정이 안좋아 보이는데.. "
"아무것도 아니에요. 잠깐 이야기 할수 있을까요?"
에스프레소 끓는 소리와 함께 하얀 대리석 테이블에 있는 원반이 진동을 일의킨다. 한동안 말이 없었나 보다 황급히 원반을 들고가서 커피를 찻아 왔다. 
"운명 같은거 믿어요?"
"응?"
"전 그런거 안믿거든요. 그런데 가끔씩은 그런게 정말 있지 않나 그런생각이 들어요."
"너 정말 무슨일 있구나. "
"실은 선배랑 헤어졌어요.. 정말 좋은 사람이었는데 아닌건 아니었나봐요.. "
그너의 길지 않은 지난 간단한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조금의 답답함을 느꼈다. 그녀의 말들이 끝나고 잠깐 긴 정적이 흐르고 머리가 멍해지기 시작했다. 이럴땐 무슨말을 어떻게 해줘야 할까.. 말이 없는 그녀의 눈이 점점 붉어지고 있는데.. 어떻게해야 이 아이가 상처 받지 않게 잘 이야기 할수 있을까.. 아주 조그마한 그 아이의 흐느낌에도 그녀가 상처받는 느낌이 마음속으로 파고들었고, 바보 같은 나는 어쩔줄 몰라 했다. 
"저녁 먹었어? 배고프다.."
라는 미소 품은 나의 말에 붉게 뜬눈을 감았다가 뜨며 그녀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Posted by blindfish
소설2010. 12. 12. 22:10
공생은 지곡골(墨積洞)[i]에 살았다. 곧장 포스코(捕手固) 밑에 닿으면, 고속버스 터미널 위에 
언덕이 서 있고, 경주를 향하여 포항공대가 있는데, 그 근처 학생들은 밋딧릿[ii]에 관심만 있었다. 그러나 공생은 글읽기만 좋아하고, 그의 여친이 고딩을 상대로 30만원[iii]짜리 과외를하여 입에 풀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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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MS 워드에서 작업한것을 그냥 긁어붙여와서 reference를 클릭할 시에 링크가 연결되지 않습니다.
바로 이해가 안가시더라도 뭐 적당히 보셔주시면 감사. 고치기 귀찮음.
창 두개 띄워놓고 보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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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단어 앞에 [iv] 식으로 적혀있는건 아래서 설명을 볼 수 있는 단어들입니다.



하루는 그 여친이 몹시 배가 고파서 울음 섞인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평생 기술고시를 보지 않으니, 책은 읽어 무엇합니까?"



공생은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아직 기술혁신을 익숙히 하지 못하였소."



"그럼 변리사라도 못하시나요?"



"변리사 학원은 강남에 몰려있는데 어떻게하겠소?"



"그럼 밋딧릿은 못하시나요?"



"밋딧릿은 학자금이 없는걸 어떻게 하겠소?"



여친은 왈칵 성을 내며 외쳤다.



"밤낮으로 기술만 파더니 기껏 '어떻게 하겠소?' 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요?

변리사도 못한다, 밋딧릿도 못한다면, 황우석이라도 못 되나요? 메가스터디

강사라도 못해먹나요?"



공생은 읽던 책을 덮어놓고 일어나면서,



"아깝다. 내가 당초 박사과정만 십 년을 기약했는데, 인제 칠 년인걸……."[iv]



하고 획 포항공대 밖으로 나가버렸다.



공생은 거리에 서로 알 만한 사람이 없었다. 바로 정통부로 가서 수위를 잡고

물었다.



"누가 관료 중에서 제일 부자요?"



진대제[v]를 말해주는 이가 있어서, 공생이 곧 진씨의 집을 찾아갔다. 공생은 진씨를

대하여 길게 읍하고 말했다.



내가 집이 가난해서 무얼 좀 해보려고 하니, 천억원만 뀌어주시기 바랍니다.



진씨는



"그러시오."





하고 당장 천억원을 내주었다. 공생은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 버렸다. 진씨

회사의 비서와 수행원들이 공생을 보니 공대생였다. 베이지 면바지는

너덜너덜하고, 난방은 때가 자욱했으며, 헝크러진 머리카락에 슬리퍼를 이끌고,

손바닥엔 마우스 굳은살이 배겼다. 공생이 나가자, 모두들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저이를 아시나요?"



"모르지."

"아니, 이제 하루 아침에, 평생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천억원을 그냥

내던져 버리고 성명도 묻지 않으시다니, 대체 무슨 영문인가요?"





진씨가 말하는 것이였다.





"이건 너희들이 알 바 아니다. 대체로 남에게 무엇을 빌리러 오는 사람은 으레

포트폴리오를 대단히 선전하고, 신비의 발명을 자랑하면서도 무식한 빛이 얼굴에

나타나고, 열역학 법칙도 설명못하기 마련이다[vi]. 그런데 저 공대생은 형색은

허술하지만, 말이 간단하고, 눈을 오만하게 뜨며,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재물이 없이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해

보겠다는 일이 작은 일이 아닐 것이매, 나 또한 그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안

주면 모르되, 이왕 천억원을 주는 바에 성명은 물어 무엇을 하겠느냐?"



공생은 천억원을 입수하자, 다시 자기 집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대전으로 내려갔다[vii]. 대전은 포항공대, 카이스트, 서울대 사람들이 마주치는 곳이요, 에트리[viii]의 길목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컴공·전자며, 수학·산공등의 졸업생을 모조리 두 배의 연봉으로 사들였다. 공생이 졸업생을 몽땅 쓸었기 때문에 온 기업이 기술개발을 못할 형편에 이르렀다. 얼마 안 가서, 공생을 업신여기던 기업들은 열 배의 값으로 아웃소싱을 맡기게 되었다. 공생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억으로 온갖 회사들의 코스트를 좌우했으니, 우리 나라의 형편을 알 만하구나."



그는 다시 물리, 화학,생명과를 중심으로 제주도(濟州島)에 건너가서 포닥[ix]을 죄다

모으면서 말했다.



"몇 해 지나면 신문지상에 수출이 씨가 마를 것이다."



공생이 이렇게 말하고 얼마 안 가서 과연 LG생명과학이 부도가 났다.



공생은 특허청에 전화를하여 말을 물었다.



"바다 밖에 혹시 공돌이가 살 만한 동네가 없던가?"



"있습지요. 언젠가 비행기를 잘못 타 산호세[x]에 닿았읍지요. 아마 캘리포니아

어딘가 쯤 될 겁니다. 정부가 기술인력을 보조하고, 기업은 과학기술을 중시하여,

사람들은 공돌이를 보고도 무시하지 않습니다."



공생은 대단히 기뻐하며,



"자네가 만약 나를 그 곳에 데려다 준다면 함께 부귀를 누릴 걸세."



라고 말하니, 특허청장이 그러기로 승낙을 했다.



드디어 비행기를 타고 서쪽으로가여 그 동네에 이르렀다. 공생은 실리콘벨리의

대로를 보며 실망하여 말했다.



"땅이 천키로도 못 되니 무엇을 해 보겠는가? 구글이 있고 HP가 있으니, 단지애플정도 될 수 있겠구나."



"이 동네에 한국인이라곤 그다지 없는데, 대체 누구와 더불어 사신단 말씀이오?"



청장의 말이었다.



"돈이 있으면 한국인은 절로 모인다네. 돈이 없을까 두렵지, 한국인이 없는 것이야

근심할 것이 있겠나?"



이 때, 테헤란로(邊山)[xi]에 수천의 공돌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이명박정부에서

정책을 시행하여 씨를 말리려 하였으나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xii]프로그래머들도

감히 나가 활동을 못 해서 배고프고 곤란한 판이었다. 공생이 벤쳐업체의 사장을

찾아가서 CEO를 달래었다.



"백 명이 일억의 프로젝트를 따와서 하나 앞에 얼마씩 돌아가지요?



"우린 하청업체라 성삼에게 다 뜯겨서 한푼도 안남지요."[xiii]



"모두 아내가 있소?"



"없소."





"강남에 아파트는 있소?"



회사원들이 어이없어 웃었다.



"아내가 있고 강남에 아파트가 있는데 무엇때문에 괴롭게 회사를 다닌단 말이오?"



"정말 그렇다면, 왜 성삼에게서 벗어나고, 결혼하고, 이민을 가서 부유롭게 지내려

하지 않는가? 그럼 중소기업회사원 소리도 안 듣고 살면서, 집에는 부부의

낙(樂)이 있을 것이요, 오바마의 기술 중시 정책 덕분에 길이 의식의 요족을 누릴

텐데."



"아니, 왜 바라지 않겠소? 다만 영어가 후달려 못 할 뿐이지요."



공생은 웃으며 말했다.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어찌 영어를 걱정할까? 내가 능히 당신들을 위해서 마련할

있소. 내일 교보문고에 나와 보오. 붉은 책꺼풀을 씌운 것이 모두 영어와

프로그래밍책이니, 마음대로 가져가구려."



공생이 CEO와 언약하고 내려가자, 빌딩 수위가 그를 미친 놈이라고 비웃었다.



이튿날, 회사원들이 점심시간에 강남 교보문고에 가 보았더니, 과연 공생이

삼십만권의 책을 싣고 온 것이었다. 모두들 대경(大驚)해서 공생 앞에 줄이어

절했다.



"오직 님하의 명령을 따르겠소이다."



이에, 프로그래머들이 다투어 책을 짊어졌으나, 한 사람이 열 권 이상을 지지

못했다.



"너희들, 힘이 한껏 열 권도 못 지면서 무슨 한국에서 프로그래밍을 하겠느냐?

인제 너희들이 서울대 로스쿨에 들어가려고 해도, 학부가 공대를 나왔으니, 갈

수가 없다[xiv]. 내가 여기서 너희들을 기다릴 것이니, 한 사람이 열 권씩 가지고 가서,

쓰던 라이브러리, 하드웨어 프로토타입을 모두 가져 오너라."



공생의 말에 개발인력들은 모두 좋다고 흩어져 갔다.



공생은 몸소 이만 명의 1 년 봉급을 준비하고 기다렸다. 개발인력들이 빠짐없이

모두 돌아왔다. 드디어 다들 비행기에 타서 실리콘 벨리로 들어갔다. 공생이

IT인재를 몽땅 쓸어 가니 이명박은 매우 기뻐했다.



그들은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라이브러리를 만들어 표준 API를 만들고, 공통

컨벤션을 개발하여 코드리소스를 최적화 하였다. 모두들 두뇌가 총명하고, 코드의

퀄리티가 좋고 특허가 쏟아져나와 유급휴가를 주고 PS를 주어도 1인당 매출액이

9억에 달하였다. 3년뒤에 쓸 특허만 모아놓고, 나머지를 모두 일본에 가져가서

팔았다. 일본은 기술을 중시하는 국가이다. 그 국가는 한참 인재가 빠져나갔지만

급히 3천개의 특허를 얻게 되었다.



공생이 탄식하면서,



"이제 나의 조그만 시험이 끝났구나."



하고, 이에 이사회 30명을 모아 놓고 말했다.



"내가 처음에 너희들과 미국에 들어올 때엔 먼저 부(富)하게 한 연후에 따로

언어를 개발하고 워크프로세스를 새로 제정하려 하였더니라. 그런데 하드웨어가

못따라가고 알고리즘이 아직 없으니, 나는 이제 여기를 떠나련다. 다만, 아이들을

낳거들랑 한국에선 밋딧릿을 보게하고, 절대로 공대생만은 되지 못하게 하여라.

다른이들의 여권을 모조리 불사르면서,



"가지 않으면 오는 이도 없으렷다."



하고 돈 5천억달러를 빌 엔 멜린다[xv]게이츠 재단에 주며,



"자선사업엔 쓸모가 있겠지. 5천억달러는 강만수도 우습다 치거늘, 하물며 이런

산호세에서랴!!"



했다. 그리고 토목과 금융을 아는 자들을 골라 모조리 함께 비행기에 태우면서,



"이 동네에 화근을 없애야 되지."



했다.



공생은 나라 안을 두루 돌아다니며 가난하고 의지없는 사람들을 구제했다.

그러고도 돈이 5조원이 남았다.



"이건 진씨에게 갚을 것이다."



공생이 가서 진씨를 보고



"나를 알아보시겠소?"



하고 묻자, 진씨는 놀라 말했다.



"그대의 안색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으니, 혹시 천억원을 실패 보지 않았소?"



공생이 웃으며,



"재물에 의해서 얼굴에 기름이 도는 것은 거뉘[xvi] 말이오.. 천억원 냥이 
어찌 인성을 살찌게 하겠소?"



하고, 5조원을 진씨에게 내놓았다.



"내가 하루 아침의 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기술혁신를 중도에 폐하고 말았으니,

당신에게 천억원을 빌렸던 것이 부끄럽소."



진씨는 대경해서 일어나 절하여 사양하고, 십분의 일로 이자를 쳐서 받겠노라

했다. 공생이 잔뜩 역정을 내어,



"당신은 나를 저축은행[xvii]으로 보는가?"





하고는 신형 아이팟을 던져주고 가 버렸다.



진씨는 가만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 공생이 포항고속버스터미널에 내려서 다

쓰러져가는 낙원아파트로로 들어가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 한 늙은 포닥이

청암도서관 앞에서 과외 전단지를 붙이는 것을 보고 진씨가 말을 걸었다.



"저 낙원아파트가 누구의 집이오?"



"공 박사 집입지요. 가난한 형편에 기술혁신만 좋아하더니, 하루 아침에 집을

나가서 5 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으시고, 시방 여친이 혼자 사는데, 집을 나간

밤으로 딴남자를 불렀지요."



진씨는 비로소 그의 성이 공씨라는 것을 알고, 탄식하며 돌아갔다.



이튿날, 진씨는 받은 돈을 가지고 그 집을 찾아가서 돌려 주려 했으나, 공생은

받지 않고 거절하였다.



"내가 부자가 되고 싶었다면 5천억 달러를 버리고 5조원을 받겠소? 이제부터는

당신의 도움으로 살아가겠소. 당신은 가끔 나를 와서 보고 소주나 떨어지지 않고

컴퓨터 업그레이드나 하여 주오. 일생을 그러면 족하지요. 왜 재물 때문에 정신을괴롭힐 것이오?"



진씨는 공생을 여러 가지로 권유하였으나, 끝끝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진씨는

그 때부터 공생의 집에 양식이나 옷이 떨어질 때쯤 되면 몸소 찾아가 도와 주었다.

공생은 그것을 흔연히 받아들였으나, 혹 많이 가지고 가면 좋지 않은 기색으로,



"나에게 재앙을 갖다 맡기면 어찌하오?"



하였고, 혹 와우쿠폰을 들고 찾아가면 아주 반가워하며 서로 파티를 만들어 

밤새도록 던젼을 돌았다.



이렇게 몇 해를 지나는 동안에 두 사람 사이의 정의가 날로 두터워 갔다. 어느 날,

진씨가 5 년 동안에 어떻게 5천억달러 되는 돈을 벌었던가를 조용히 물어 보았다.

공생이 대답하기를,



"그야 가장 알기 쉬운 일이지요. 조선이라는 나라는 공대생이 무시를 당하고,

토목을 중시하여 인재가 제자리에 나서 제자리에서 사라지지요. 무릇, 천억은 작은

돈이라 대기업 하나도 인수를 못하지만, 그것으로 먹고 살기 힘든 PKS[xviii] 졸업생을

독점하여, 아웃소싱을 해주면 그만이지요. 얼핏보면 빠져나간 기술인재는 다른

사람으로 메꿀 수 있을 수 있을것 같고, 코딩은 믹싱질이라고 천박하게 불리지만,

그 때문에 PKS 졸업생을 모두 독점해버리면, 인재들이 한 곳에 묶여있는 동안에

모든 기업의 기술이 외국에게 역전당하게 될 것입니다. 후세에 누군가 또 이

방법을 쓴다면 그 때는 나라가 망할 것이요.



"처음에 내가 선뜻 천억원 뀌어 줄 줄 알고 찾아와 청하였습니까?"



공생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당신만이 내게 꼭 빌려 줄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능히 천억원을 지닌

사람치고는 누구나 다 주었을 것이오. 내 스스로 나의 재주가 족히 천억원을 모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운명은 하늘에 매인 것이니, 낸들 그것을 어찌 알겠소?

그러므로 능히 나의 말을 들어 주는 사람은 똑똑한 펀드매니져라, 반드시 더욱더

큰 부자가 되게 하는 것은 하늘이 시키는 일일 텐데 어찌 주지 않았겠소? 이미

천억원 빌린 다음에는 그의 복력에 의지해서 일을 한 까닭으로, 하는 일마다 곧

성공했던 것이고, 만약 내가 사사로이 했었다면 성패는 알 수 없었겠지요."



진씨가 이번에는 딴 이야기를 꺼냈다.



"방금 블리자드가 와우 확장팩을 내놓으며 리니지에게 당했던 치욕[xix]을 씻어 
보자고 하니, 지금이야말로 지혜로운 공돌이가 팔뚝을 뽐내고 일어설 때가 아니겠소?

선생의 그 재주로 어찌 괴롭게 파묻혀 지내려 하십니까?"

" 어허, 자고로 묻혀 지낸 사람이 한둘이었겠소? 우선, world x민군은 포항공대에서 3중전공을 하며 차세대 금융 CEO로 중앙 일간지에 특필되었지만 현재 연세대 의대 예과 1학년이 되었고, 학점 4.0+ xagi 같은 분은 재료과학을 뒤흔들만한 재능이 있었건만 저 변리사를 준비하고 있지 않습니까?[xx] 지금의 집정자들은 가히 알 만한 것들이지요. 나는

사업를 잘 하는 사람이라, 내가 번 돈이 족히 성삼주식의 51%를 를 살 만하였으되

바닷속에 던져 버리고 돌아온 것은, 이나라의 이공계는 이미 막장이기 때문이었지요."



진씨는 한숨만 내쉬고 돌아갔다.



진씨는 본래 전 포항공대 총장인 박찬모과 잘 아는 사이였다. 박찬모가 당시 과학기술특별보좌관이 되어서 변씨에게 PKS에 혹시 쓸 만한 인재가 없는가를 물었다. 변씨가 공생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박보좌관은 깜짝 놀라면서,



"기이하다. 그게 정말인가? 그의 이름이 무엇이라 하던가?"



하고 묻는 것이었다.



"소인이 그분과 상종해서 3 년이 지나도록 여태껏 이름도 모르옵니다."



"그인 이인(異人)이야. 자네와 같이 가 보세."





밤에 박찬모는 비서진들도 다 물리치고 진씨만 데리고 걸어서 공생을 찾아갔다.

진씨는 박 보좌관을 문 밖에 서서 기다리게 하고 혼자 먼저 들어가서, 공생를 보고

박보좌관이 몸소 찾아온 연유를 이야기했다. 공생은 못 들은 체하고,



"당신 차고 온 와우쿠폰이나 어서 이리 내놓으시오."



했다. 그리하여 즐겁게 던젼을 도는 것이었다. 진씨는 박보좌관을 밖에 오래 서

있게 하는 것이 민망해서 자주 말하였으나, 공생은 대꾸도 않다가 야심해서 비로소

손을 부르게 하는 것이었다.



박보좌관이 방에 들어와도 공생은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않았다. 박보좌관은 몸둘

곳을 몰라하며 나라에서 똑똑한 인재를 구하는 뜻을 설명하자, 공생은 손을 저으며

막았다.



"계정만료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말이 길어서 듣기에 지루하다. 너는 지금 무슨

어느 관직에 있느냐?"



"청와대기술개발보좌관이오."



"그렇다면 너는 신임받는 이명박의 졸개로군. 내가 현 카이스트 총장 서남표와 같은 이를 천거하겠으니, 네가 대통령에게 말하여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하게 할 수 있겠느냐?"



박보좌관은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제이(第二)의 정책을 듣고자 하옵니다."



했다.



"나는 원래 '제이'라는 것은 모른다."



하고 공생은 외면하다가, 박보좌관의 간청을 못 이겨 말을 이었다.



"IMF 당시 기술개발 연구원들은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국가에 봉사하고자 하였으나,

지금은 전부 짤렸으니, 그 자식들은 사교육도 못받고 있다. 너는 청와대에 청하여

메가스터디와 베스트학원의 강사들을 모두 그들의 전담 과외선생으로 임명하고,

성삼 임원진의 땅을 뺐아 그들에게 나누어 주게 할 수 있겠느냐?"



박보좌관은 또 머리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했다.



"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 하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느냐? 가장 쉬운 일이

있는데, 네가 능히 할 수 있겠느냐?"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무릇, 천하에 기술개발을 외치려면 먼저 천하의 인재들과 접촉하여 결탁하지

않고는 안 되고, 인재를 모으려면 돈을 주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지금

공대생이 먹기 힘들어 밋딧릿핏과 국가고시의 유혹에 넘어가, 일본과 중국이

우리를 업신여기는 편이다. 진실로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과학인재들에게 충분히 돈을 주어야 할 것이다. 밋을 안치고 기술개발을 할 경우의

기회비용 연간 1억원의 3할인 3천만원만 평생 국가에서 보조하여 줄 것을 정책으로

보장하고, 그 예산을 부자들에게 걷어오면, 공돌이들의 위상이 다시 일어설

것이다. 또한,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을 하루 바삐 폐지하여 공돌 노비라는 말을

없애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에 인재를 보내어 그 기술을 배워오고 시야를

넓힌다면, 다시 한 번 기술의 중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당장 뛰어난

기술을 터득하지 못하더라도 그 인재를 청와대에 보내면, 잘 되면 테크놀로지

리더가 될 것이고, 못 되어도 수출은 활황이 될 것이다.



박보좌관은 힘없이 말했다.



"언론은 기술유출과 인재유출에만 관심을 가지고, 정치인들이 모두들

산업기술유출방지법으로 인기를 모으고, 부자들의 세금을 깎으려하니 누가 그런

정책을 시행할 수 있겠습니까?"[xxi]



공생은 크게 꾸짖어 말했다.



"소위 정치인란 것들이 무엇이란 말이냐? 조그만 나라에서 태어나 국민위에 있다고

뽑내다니, 이런 어리석을 데가 있느냐? 주모 의원은 밤에 오입질이나 하고 있으니

그것이야말로 호빠나 하는 것이고, 강장관이 강남 땅값좀 올려보려고 발악을 하는

것은 모기지 경착륙이나 불러 오고 있는데 대체 무엇을 가지고 정책이라 한단

말인가? 잡스는 대의를 이루기 위하여 대학캠퍼스에서 잠자는 일을 부끄러워 하지

않았고, 빌게이츠는 뛰어난 제품을 만들기 위하여 학위가 없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이제 대명(大明)을 위해 기술개발을 하겠다 하면서, 그깟 대중적

인기와 자존심따위를 아끼면서 그 따위를 정치라고 한단 말이냐? 내가 내가 세

가지를 들어 말하였는데, 너는 한 가지도 행하지 못한다면서 그래도 신임받는

졸개라 하겠는가? 신임받는 졸개라는 게 참으로 이렇단 말이냐? 너 같은 자는

코에 브롬[xxii]을 부어야 할 것이다."



하고 좌우를 돌아보며 브롬을 찾아서 부으려 했다. 박보좌관은 놀라서 일어나 급히

현관으로 뛰쳐나가 도망쳐서 돌아갔다.


이튿날, 다시 찾아가 보았더니, 집이 텅 비어 있고, 공생은 간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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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포항공대가 있는 동네.

[ii]Meet (의전원 입학시험) Deet(치전원 입학시험) Leet ( 법전원 입학시험) 을 뜻함.

[iii]포항공대생들의 주 수입원. 지속된 아줌마들의 단합으로 십여년동안 과외비를 올리지 못하고 있음.

[iv]몇몇 교수들은 학생을 잡아놓고 부려먹기 위하여 박사학위를 미루기도 한다.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의 박사년수 제한은 환영할만하다.

[v]현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벤쳐캐피탈. 지난 참여정부 정통부 장관.

[vi]아하에너지, 각의 3등분, 고대 신비 의학등에 오늘도 공무원은 열광한다.

[vii]이 나라 기술개발인력은 수도권에서도 밀려난지 오래다.

[viii]대표적인 정부출연연구소.

[ix]박사후 과정. 박사는 넘쳐나고 교수는 없다보니 저런 이상한 제도가 생겨버렸다. 

[x]실리콘벨리가 있는 동네.

[xi]강남역에서부터 뻗은 테헤란로는 한국 산업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돈은 여의도로, 인재는 테헤란으로”라는 말도 있었지만 현재 모든 인재는 밋딧릿을 하고있다.

[xii]이명박 정부는 IT기술이야말로 양극화의 주범으로 인식, 씨를 말리려 하고 있다.

[xiii]가상의 기업 '성삼'. 성삼의 흑자는 하청업체를 후려쳐 얻은 것이다. 그리고, 기술인력을 쥐어짜면서 얻은 것이기도 하다. 비슷한 예로, 전 르그전사 김모 회장의 “마른 수건도 쥐어짜면 물이 나온다”와 같은 발언이 있다.

[xiv]서울대 로스쿨의 서울대 공대 출신의 쿼터는 아주 극소수였다. 한 인사는 이걸보고 “노비문서 평생 따라다니는구나. ㅆㅂ”라고 표현하였다.

[xv]빌게이츠와 워렌버핏등이 출자한 자선재단. 천민 자본주의의 탄생지인 미국도 한국보단 나은듯하다.

[xvi]성삼그룹의 회장. 오늘도 탈세에 여념없으시다.

[xvii]최근 제2금융권의 H모 캐피탈이 망했다는 소문이 돈다..

[xviii]PKS. POSTECH- KAIST- SNU 의 3대 밋딧릿 준비학원을 일컬음.

[xix]재미를 위하여 각색했다. 실제로, 와우는 리니지 1, 2 를 함께 발라버렸다.

[xx]실제 스토리다. 비슷한 이야기로,카이스트 9x학번의 1등부터 10등까지가 모두 의대, 치대, 변리사, 사시, 학원강사로 전직했다는 유명한 스토리가 있다. 필자 주변에도, 공대생으로 재능을 보인 사람들 중에 아직도 공학을 전공하는 사람은 손에 꼽는다.

[xxi]산업스파이의 근본원인은 기술개발인력이 하루에 19시간씩 일을해도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기술유출방지법은 이공계인이 과학에 미련을 더 이상 두지 않는 이유가 되었다. 로펌에서 법을 익힌 변리사가 다른 로펌으로 가도 상관없고, 한 병원에서 의술을 익힌 의사는 개업을 해도 상관없으나, 한 회사에서 기술을 익힌 기술자는 다른곳에서 일하면 안된다는 신국가노비법은, 한때 한국 벤쳐기업의 산실이었던 포항공대 xxx학과의 0x학번의 80% 이상이 금융권으로 진출하는 직접적 이유가 되었다.

[xxii]화학물질인 브롬. 브롬에게 노출이 된 남성은 남성호르몬이 감소한다.

(댓글보고 덧)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의 개혁(?) 드라이브는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이 글에서 서남표 총장를 부각시킨다거나 하는 의도는 없음을 밝힌다. 글쓴이 또한 카이스트가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박찬모 현 보좌관을 의도적으로 비하할려는 의도는 없음을 밝힌다. 요즘 나오는 뉴스의 패러디의 연장선상으로 이해해주셨으면한다. 개인적으로 박찬모전총장님을 꽤 존경하는 편이다.)

어쨌거나, 이공계졸업생을 국가노비로 만들려는 집정자들 덕분에 현재 이공계 졸업생들의 진로는 대강 이런것들이다.
-학원강사.
-MEET/DEET/LEET/PEET
-수능 다시봐서 의대
-그나마 학문에 미련이 있는 경우는 경제학
-변리사
-사시, 행시
- 저 위에것들이 정말, 정말 적성에 안맞을경우 어쩔수 없이 PKS 대학원 진학

실제 적당히 졸업해서 한두달만 공부하면 서울의대 들어가는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고, 이공계에서 아침9시출근해서 밤 3시까지 일하고 시급 5천원받고 멋도모르고 XX전자들어갔다가 정치적 이유로 나이 40에 짤리는것보다야 나은 진로이다. 사시나 행시도 PKS출신들에게 그다지 어렵지 않으니, 좋은 머리로 아내에게 구박받고 효도관광하나 못해드리면서 희생당하느니, 타 진로를 모색하는것은 당연한 일이다.

추가하는 덧.
이공계를 위한 정책이 여러가지 시행이되었고, 또 시행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만 생각해보자.
"그 정책중 그 어떤것이라도 이공계인이 내놓은게 있나?"
대통령 장학금에 이끌려 멋모르는 고삐리들이 이공계 입학해도 대학원을 고민하는 순간 답은 뻔히 나온다. 대학생에게 장학금 줘봤자 뭐하나? 이공계인이 원하는건 일한만큼의 수입이다. 의대, 치대, 법대가 장학금 많이 준다고 그렇게 몰리던가. 장학금은 4년이요, 직장 선택은 평생이다.

-글쓴이. 대학을 졸업하고 큰 뜻을 품고 대학원에 진학하였으나, 도저히 못해먹겠어서 다 때려치고 타학문을 전공하고 있다. 현재 유학을 준비하고 있으나, 실리콘벨리에서 미국기업에서 일을 하거나 다 귀찮으면 걍 치대나 갈 생각도 있다. 더불어, GMAT, 해석학, 공학수학, Linear Algebra, C, C++ 등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위한 과외를 하고 있으니 언제나 rind.egloos.com 으로 연락바란다.

할말이 많지만 일단 미쿡 시민권부터 어케 좀 받고 -_);;

Posted by blindfish
소설/틈2009. 11. 7. 22:34

5. 최소경로
수진이랑 그 선배다. 그런사이었나. 갑자기 머리가 아득해지고 속은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변한건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다. 차가운 밤바람이 자동차의 매연을 머그믄 채로 얼굴을 스쳐간다. 갑자기 웃음이 났다. 마치 내가 나자신을 비웃는거 같은.. 
커다란 레고모양의 기숙사에 도착하자 허기가 지기 시작했다. 매점으로 내려가 컴라면을 사고 뜨거운 물을 받기 시작한다. 핸드폰의 시간은 9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면과 짭짤한 국물. 잠깐 이었지만 뭔가 캄캄한 어둠이 온몸을 덥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를 키고 이것저것 웹서핑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참이나 기한이 남은 숙제를 만들기 시작했다. 얇은 옷을 입고 문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승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그래 어디야?"
"나 잠깐 기숙사 있다가 나왔어. 커피나 한찬 하자구"
"그르까? 과로 오면 연락해"
갑자기 이슬비가 조금식 뿌리기 시작한다. 차분이 걷다가 학과 사람들을 만나서 가볍게 인사를 한다. 다들 이렇게 서로들 인사를 하지만 이중에서 정말 친한 사람은 한사람도 없다. 어떻게 보면 참 우스운 일이다. 70년대를 연상 시키는 학과 건물에 왔다. 언제나 어둑한 분위기에 나트륨등이 안개에 비쳐 커다란 나무들과 함께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솔직히 술한잔 하고 싶긴 했었어."
"그럴거 같더라"
이 녀석은 역시 내 속을 훤히 보고 있는 거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나에 대해서 잘안다. 늘 가던 그 술집이다. 우리의 통화에는 언제나 장소나 시간같은건 결정되어 있지 않다. 선약이란 개념도 없다. 그저 만나고싶을때 만나고 습관적으로 발길 닿는데로 걸어갈뿐이다. 
오늘따라 더 술이 달짝찌근한거 같다. 이런날이 있나보다. 
아무리 시간이 가도 어둠이 나를 잠식해온다. 이게 아니란것도 잘 알지만.. 어쩔수 없는 끝없는 우울과 고통들의 움직임들에게서 벗어날수가 없다. 아무리 울어도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시간들.. 
지금 내 앞엔 승현이가 앉아 있지만 언젠가 부터인지. 그 누구에게도 '진짜'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됬다. 승현이에게 마저도 난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그것도 어쩔수 없는 상투적인 대화들에 머무른다. 아무리 고민해도 시간은 가고 아무리 피해가려 해도 그런 때와 사건들은 나를 찻아 온다. 시작하지도 않고 실패를 걱정하고 시작하고도 마음속이 닫혀있다.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더욱더 누군가에게 아무 이야기도 해줄수 없고 그걸 한탄하는 내 자신도 누군가를 받아줄수가 없게 된다. 수진이가 보고싶다. 지금 하고 있는일도 잘하고 싶다. 끊임없이 나를 옭아 매는 시간과 무게들이 나를 짓누르고 있다. 잘하고 싶다.. 두렵다.. 사람이 두렵다.. 20대가 주는 무한한 자유의 사막에.. 끝없는 지평선 끝을 바라볼때마다. 아지랑이가 피어올라 질식할것만 같다....
.
.
.
.
.
머리가 아프고.. 목이 마르다.. 언제나 같은 내방.. 몇년째 혼자쓰는 이방에 어제의 기억은 지워진채로 눈을 떳다. 어제의 알콜 섭취를 후회하는 마음과.. 현실의 벽을 인지한다... 그래.. 다시 움직여야할 시간이다.
물 한목음을 마시자 다시 정신이 또렸해진다. 우리는 이런 매일매일의 반복안에 살아가지만 누구도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은 강인한건가 보다..
내일은 어떨까.. 모레는 어떨까.. 앞으로는 이런것들의 반복일까.. 아니면 여유로운 순항일까.? 나는 분명히 후자는 아니라는걸 안다. 늘 드라마처럼 인생은 버라이어티 하지 않고 드라마틱 하지도 않을거다. 그냥.. 불가능한 끝도 없는 믿음에 나를 던진다..
.
이제 움직이자..
Posted by blindfish
소설/틈2009. 7. 21. 20:59

4. 빛의 이중성
수진이 선배라던 시람이 뜬금 없이 이야기를 하자는게 이상하긴 했지만, 아무렴 어떤가 싶어 도서관 6층의 커피전문점으로 갔다. 전면유리사이로 햇살이 비춘다. 학생들은 모여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전형적으로 스터디를 하는 학생들을 위해 배려된 공간이라는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 대학도 내가 다니던 때와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걸 알수 있었다. 첫 느낌부터 그가 공격적이란걸 알수 있었다. 딱 봐도 나한테 불만이 있어 보이는 얼굴이었으니까. 산뜻한 붉은 색의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서 대리석으로 된 테이블위로 커피를 올려놓는다. 
"당신은 왜 수진이를 밀어 내는건가요?"
역시 예상대로 서론 없이 본론이다.
"수진이가 저한테 뭐가 되는것도 아니고 무슨말을 하시는지 전혀 모르겠는데요?"
"저 수진이한테 관심있어요. 수진이는 당신밖에 모르는거같던데.. 오래전부터 봐왔습니다."
약간 어이가 없었다.
"아니.. 그애랑 얼굴안지도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무슨말이에요? 딱 까놓고 이야기해서 당신이라면 모를까 나는 누군가 뒤에서 좋아할 비주얼도 아니란거 알잖아요? 그렇다면 분명 뭔가 다른 이유나 목적이 있는거 아닙니까?"
나의 말에 그의 얼굴이 약간 허탈하게 바뀌었다.
"도데체 어디부터가 삐뚤어져 있는겁니까.. 뭐가 문제인거죠?"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이만 갈게요."
"저도 더이상 그애의 마음을 배려하지 않을겁니다."
듣는둥 마는둥 자리에서 일어나서 일층으로 내려갔다. 그애는 확실이 예쁘고 사랑스럽긴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논리성이 맞지가 않는다. 이런 종류의 우연이나 기연은 일어나지 않는게 현실적이지 않은가.. 
나이가 먹어서인지.. 과거의 연애에 대한 편력들이 나를 괴롭히는건지 알수 없었지만. 자꾸만 사람을 밀어내고 있었다. 다 쓰잘떼기 없는 생각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런걸 생각하는 것보다는 지금 내 앞가림이나 잘하는게 더 중요하다. 내가 있어야 사랑하는 사람이란것도 있는거니까. 
승현이와 아까부터 문제를 풀고 있다. 생각보다 잘 안풀리긴 하지만 한푼제 정복해갈때마다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비오는 날의 습기는 사람을 짜증 나게 만든다. 얼마후에 수진이가 수업이 끝나고 우리가 공부하는 곳으로 왔다. 어느날 부터인가 같이 다니고 있다. 서로 완전히 다른책을 보고 있긴 하다만. 분위기가 약간 달라진건 이제 더이상 나도 수진이가 가까이 있는거 신경안쓰고 그애도 더이상 심각하게 따라다니진 않는다. 그 선배가 뭐라고 했나 보다. 
"수진아 근데 너 집은 어디야?"
"아.. 그냥 이 근처에서 자취해요."
"아니 내말은 그게 아니라 원래 집 말이야"
"원래 집은... 지금 사는데가 원래 집이에요"
하며 가볍게 웃어 넘긴다. 아무래도 더이상 물으면 안될거 같은 분위기다. 그리고 몇가지를 더 물어 봤다.
"밥은 해먹어?"
"그럼요~ 제가 얼마나 음식을 잘하는데요."
"뭐 잘하는데?"
"국같은거 잘해요~ 언제 한번 우리집에 와요. 실력을 보여줄테니까."
별로 믿음직스러워 보이지 않았지만 나중을 한번 기약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이렇게 공부를 꾸준히 한날은 기분이 좋다. 해야할일을 충실히 했기때문일까.
술이 한잔 땡겼지만 요즘 건강에 이상이 와서인지 언제 까지나 이런식으로 술을 마시다간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진이가 핸드폰을 보더니 약속있다고 먼저 자리를 떳다. 승현이는 뭔가 쓸쓸해졌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솔직히 매일 우리들끼리만 있다가 수진이가 끼니까 분위기가 좋아진긴 했었다. 앞머리를 한쪽으로 넘겨서 예쁜 핀으로 고정하고 시원한 파란색 치마에 하얀 티를 입었는데 그것만으로도 예뻐 보인다. 정말 어떻게 보면 수진이는 내 이상형이긴 했지만. 솔직히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아서 경계하고 있다. 꼭 이런 상황에서는 이상한 목적이 많다. 시간이 더 지나고 진심을 확인할때까진 거리를 두어야 한다. 그때도 여자로 보일지는 의문이지만.. 그때가 되면 그냥 귀여운 동생으로 보이겠지..
저녁을 먹고 공대의 프로그래밍 수업에서 팀프로젝트 모임에 참석해서 그동안 삽질의 결과물들을 이야기 하고 서로의 프로그램에 변수들을 조정했다. 그래도 프로그램을 본업으로 삼지 않은건 참 다행인거 같다. 너무 3D고 힘들다. 물런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것도 아니고..
시간에 늦지 않게 서점에 들러서 독일의 한 단편소설을 샀다. 도서관에서 빌리면 되지만 종종 소장하고 싶은것도 있으니까. 책을 한권사고 조금씩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 대학가를 지나서 인파를 뚤고 기숙사로 가고 있었다. 앞에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수진이다. 근데 나랑은 상관 없지만, 손잡고 가는 저 사람은 누구지? 

Posted by blindfish
소설/틈2009. 6. 7. 04:58

3. 시간의 연속성
학생식당. 어색한 4인의 식사가 시작됬다. 친한후배 전일이가 먼저 어색한 공기를 깨려고 한다. 
"형 요즘 하는건 잘되세요?"
"늘 소강 상태지.."
냉정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답변한다. 요즘들어 늘 심기도 복잡하고 어느날부터 차가운 인간이 되가는거 같다. 머쓱해서 말을 더이었다.
"에러는 잡혔는데 뭔가 계속 돌아가. 아무래도 무한루프라도 있는거 같아."
"헐.."
"그게 아니면 계산량이 엄청 많은거 같은데. 테스트 코드 넣어보면서 확인을 해봐야 알겠지 머. "
솔직히 잘될지도 모르는 애매한 계산을 돌리고 있는것도 조금 답답하긴 했지만 그건머 원래 이 바닥이 그런거니까.. 이런 어색한 분위기에도 수진과 승현이는 밥을 묵묵히 먹는다. 잠깐 밥을 먹으면서 오늘과 내일 할일들의 리스트를 뽑아보고 있었다.
"연준 오빠 아까. 정체가 뭐냐는 좀 심했었어요. "
"그래. 알아. 외계인도 아니고.."
"사람이 왜그렇게 방어적이에요? 누가 잡아 먹어요?"
"아니 이상하잖아."
"뭐가 이상해요. 그냥 우연히 만나서 밥도 먹을수 있는거지."
틀린말은 아니다. 그래 복잡하게 생각하지말자. 약간 작은 키에 아담한 스타일.. 뭔가 청순한 얼굴에 내 주변들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뿜어내는 수진이.. 지금은 뭔가 지쳐있는 표정이다. 생기 발랄한 방금까지와는 달리 상당히 피곤해 보이는 표정. 말이 없다. 승현이와 하는 간단한 일상적인 대화들.
"연준아 너 이제 공부는 머할 계획이냐. "
"물런 실험쪽 할생각인데 여유되면 입자이론쪽도 해보고 싶어. 특히 시공간쪽에 관심이 좀있어서. 너가 들을땐 거의 소설에 가까운 느낌이겠지만 머 공간이동이라던가.. 그런것들 말이야. 나도 소설이라곤 생각하는데 불가능하다고 해서 상상도 못하는건 아니니까.."
수진이는 관심없다는 표정이다. 그런데 내가 언제 부터 이름만 부르게 됬지? 
"저 수업있어서 먼저 일어날게요."
하면서 수진이가 먼저 일어 났다. 뭔가 표정이 안좋아 보였다.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런 관계도 아니라는 생각에 ....
나도 일어나서 수업에 갔다가 자성체 연구실 옆쪽 칠판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누굴 가르칠 실력은 안되지만 그래도 같이 물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거 자체가 즐겁다. 고등학교 때는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서 많이 외로웠었다. 지금 커서 생각해보니까 이런것을 같이 들어줄만한 사람자체도 있다는게 그 시절엔 말이 안됬었다. 5월의 햇살과 후배들과의 즐거운 시간이 끝나고.. 
오늘 따라 피로도 심하고 들어가서 자야겠다. 기숙사로 들어가는길.. 약대 뒤에 수진이가 앉아 있다. 뭔가를 받아 쓰고 있는 모습.. 여러가지 색깔의 펜들과 조그마한 스티커, 그리고 몇개의 사진들을 붙이면서 정성스럽게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조금 다가가서 더 자세히 보려는데.
"왔어요? 이거 일기장인데 더 이상 가까이 오면 안되요."
"어? 아.. 미안.."
책을 황급히 덥었는데 두권의 일기장을 들고 있었다. 하나는 매우 낡았었는데 일기를 아주 어릴때 부터 썼나 보다. 
"우연히 자주 보네요. 어디 가요?"
"자러 기숙사에 가.. 저기 아까는 기분이 안좋아 보이던데.."
"할려던 일이 있었는데 마음 먹은것만큼 잘 안되더라구요.. 이제 괜찮아요. 고민하지 않기로 했어요. 잘안되면 살짝 내려 놓고 잊는게 좋다고 하더라구요."
"그... 래.... 난 이만 갈게."
"네 다음에 봐요."

언제나 찻아오는 아침이 무겁다. 뭔가 특별한 일도 없는데 말이다. 어느날엔 언제나 나에게 바라는 기대가 커선지 알차고 보람찬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지만 늘 쉬운것만은 아닌거 같았다. 그런 실망들이 쌓이면 의외로 아침에 눈뜨기가 힘들다. 그래도 이렇게 아침 수업이라도 있는 날에는 기분이 좋긴하다. 수업들을땐 집중력이 좋아야한다. 한순간 방심하면 수업을 따라갈수가 없고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면 정말 어김없이 잠이 온다. 그리고 정신차려 보면 교수님이 문밖으로 나가고 있다. 다행이 버티긴 했지만. 커피 한잔 마셔야겠다.
"어?"
아.. 불편한 얼굴을 마주했다. 이래서 CC는 좋은게 아니라고 몇번이나 다짐했었지만. 머 늘 일이 마음 먹은데로 되나. 젠장.. 인사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갔다. 사랑이란게 원라 처음은 예뻐 보이긴 하지만 실제로 그 끝은 이런식으로 공허할때가 많다. 역시 다시 보니 또 마음이 흔들린다. 아.. 짜증나.. 
"어? 오빠 수업끝났어요? "
익숙한 목소리의 수진이. 얼마나 자주 마주치는지. 그런데 팔에 이 따뜻한 느낌은 머지. 그녀는 자연스럽게 내팔에 팔짱을 꼈다. 컥. 안돼. 왜하필 지금이냐고. 충격이 커서 순간적으로 멍하게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이미 때가 늦은듯.. 그 불편한 얼굴이 표정마져 더 어두워지면서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너 방금 뭐하는 짓이야?"
"화내지 마요. 속으론 그래주길 바라지 않았나요?"
그러긴 했지만 화가 치미는 건 어쩔수 없었다. 
"아니야!"
"옛 여자친구인데 뭐 어때요? 이게 더 도움되는거 아닌가?"
"잠깐.. 그건 어떻게 알고 있는거야?"
"승현 오빠가 알려주던데 조심하라고."
이자식.. 뇌 깊숙한 곳부터 통증이 몰려오는걸 느꼈다. 아.. 될대로 되라.
"아무튼 우연히도 자주 만나네요? "
"넌 내가 있는데를 어떻게 그렇게 잘하는거냐."
"그냥 우연히 가는데 마다 있는거 뿐이에요."
"아.. 그래 아랐다."
더 물어보는게 소모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실실 웃는게 약간 얄밉긴했지만. 나름대로 귀여운 구석도 있다. 연구실로 직행해서 어지럽게 놓은 책상에 종이들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논문은 논문대로 책은 책대로 그리고 컴퓨터를 켰다. ubuntu가 뜨고. 메신저에 승현이가 있길래 잽싸게 
'야 너 쓸데없이 왜 그런말을 한거야~!'
'어? 머?'
'나 전에 만나던 애 있잖아. 왜 수진이한테 이야기 한거야?'
'이야기 한적 없는데 뜬금없이 왜그래?'
'어라. 그래? 어.. 알았어. 아무것도 아니야.'
머지.. 그런데 어떻게 알고 있는걸까. 승현이가 이런거에 거짓말할 녀석도 아닌데..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냥 다시 터미널을 켰다. 검은화면에 하얀 프롬프트. 

연구실일로 컴퓨터와 실험장비들을 옴기계됬다. 승현이는 과에서 하는일이니 불만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전일이는 약간 투덜 대기 시작했다. 솔직히 수학과에서 하면 될일인데 우리가 하는게 이상하긴 하다. 한참 옴기는데 건너편에 잔디밭위로 사람들이 보인다. 회화과 사람들인데 끝 주변쯤에 수진이도 있었다. 사람들 무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캔버스를 두고 검은색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나름 어울리다는 생각에 속으로 웃었다. 같은과 선배인 남자가 와서 말을 거는거 같아 보였다. 흠..  180이 조금 넘는 키에 고딕양식이란 말이 떠오르게 하는 얼굴.. 참 시원스럽게 생겼다. 표정이 밝아 보인다 선남 선녀란건 저런거 보고 하는 말인가. 표현이 좀 웃기네.
"야.. 뭐보냐~ 아? 질투하는구나."
"저 녀석이랑 나랑 무슨 관계인데 질투냐. 얼른 옴기자."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투덜거렸다. 대충 옴기고 인스톨까지 완료.. 음료수 한캔 땡기면서 승현이랑 계단에 걸터 앉았다. 예비군 이후로 이렇게 땀흘려본적이 없었다. 승현이는 약간의 곱슬머리에 잘생긴 얼굴이지만 말주변이 없어서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나에겐 그냥 편한 녀석이라는 점이 참 좋았다. 은은한 은목서의 향기가 날아왔다. 요즘은 이 인생에 만족하고 살아간다. 더 복잡해지지도 더 어려워지지도 않는 이 상황들..
한참 웃고 떠드는데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보니. 검은 앞치마를 두른 남자가 있다.. 아까 멀리서본 수진이의 선배. 
"저기 이야기좀 하고 싶은데요?"
난 별로 할말 없을거 같은데..
Posted by blindfish
소설/틈2009. 5. 30. 17:53

2. 재회
"잠깐 만요~ "
"네? 아~ 연준이 오빠네."
내 태도와는 반대로 생글생글 웃고 있는 걸 보자. 화가 더 치밀었다.
"당신 뭐에요? 그리고 아까 그 필기는 얼른 줘요."
"아.. 그거요? 여기요~ 별루 볼것도 없더만.. "
뭐.. 뭐라구?. 아놔.. 
"그나저나 내 이름은 어떻게 안거고 당신은 도데체 누구에요??"
"아.. 이름은 그냥 아는 거구요.. 아무튼 제 이름은 수진이에요. 신수진 반가워요~"
"그냥 아는게 어딧어요. 우리과도 아닌데 이 수업은 왜 듣는거에요?"
"아.. 전 회화과구요. 그냥 편하게 부르세요. 후배인데.."
"에? 회화과? 아무 상관도 없는데 왜 듣는거에요?"
"그냥 들을수도 있는거죠~ 아무튼 지금은 제가 어딜 가야되서 나중에 봐요."
하고 훽하니.. 멀어져 버린다.. 뭐.. 뭐지? 라고 생각하는데 점점 멀어져 가버렸다. 다시 자리로돌와서 승현이한데 이야기를 하자 참 이상한 사람이라고 했다. 별게 아니고 다시 볼일도 없을거 같아서 승현이 와 나느 아무생각없이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잠들기 좋게 적당히 취했을때쯤 나는 기숙사로 돌아와서 씻고 쓰러지듯 잠들었다. 아마 이제 그 여자는 다시 볼일 없겠지. 그런생각을 하지 조금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긴 했지만 뭐가 뭔지도 모르겠었다. 
또 하루의 시작이다. 요즘들어 알람시계가 없으면 아에 하루를 시작할수도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피로때문인지는 나도 알수는 없지만 아무튼 오늘도 별일 없이 연구실에 출근해서 어제 하던 과제를 대충 마무리한 다음에 레포트로 만들었다. 그래도 이렇게 다 한다음에 스템플러를 찍을때는 잘됬던 안됐던 그 동안의 노고를 인정 받는거 같아서 기분이 좋기는 했다. 그리고 나서 슬슬 하던일들을 하기 위해 다시 프로그래밍을 시작한다. 솔직히 프로그래밍이 좋은 취미이기는 하지만 막상 일로 할려니까 이것또한 쉽지 않았다. 이런거 조금만 하면 시간이 무슨 구렁이 담넘어가듯이 지나가 버려서 정신을 차려보면 밥먹을때고 밤이 되고 그렇다. 그럼 또 하루가 순식간에 가고.. 이런 하루들의 반복이다. 하지만 이런 때는 좋다. 가장 저질일때는 뭐 하는것도 없이 하루가 부쩍 가버리는 것이다. 요즘엔 이런날이 많아 졌다. 
커피를 한잔하러 학교안에 커피 전문점으로 갔다. 카페인을 섭취해줘야 오늘 하루도 가뿐할거 같았다.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음미한다. 남자 혼자 왜 저러나 싶기도 하겠지만 이제 이런것도 익숙해져서 괜찮다. 나름 그런걸 즐기기도 하고.. 나도 변태인가..
"안녕하세요 ~"
낮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는데 어제 그 여자다.. 
"어쩐 일이세요?"
"에~ 말 편하게 하시라니까는.."
"그래 커피마시러 왔어? 아니면 또 나한테 볼일 있는건가?"
"아니 그냥 보니까 반가워서 인사 했어요~"
어이. 난 안 반갑다고..
회화과란 말이 맞는지 풍기는 풍모 자체가 내 주변 사람들의 것이 아닌거 같았다. 이런 사람들은 꼭 나한테 뭔가 바라는게 있거나 목적이 있게 마련이다. 여전에도 몇번 당해 밨더니 이젠 좀 파악이 된다. 
"밥은 먹었어요? 이제 도서관 가서 책 빌릴거죠?"
"잠깐 그건 어떻게 아는거야?"
"거기 종이에 책 번호 써있는데 모.."
아. 그렇구나. 순간 스토커인가 해서 섬찟했다. 대충 얼버 무리고 떠야겠다. 계속 보는거 좀 불편하기도 하고 분명히 다른 목적이 있는걸거다. 괜히 신경쓰이는것도 싫고 나한테 얻을게 없어 보이는데 왜저러는 건지..
"도서관 가야되니까 다음에 봐. 심부름이 있어서."
라고 재빠르게 이야기하고 대답듯기전에 손흔들고 가버렸다. 생긴것도 멀정하게 생겨서 왜 저러는지 몰라. 책을 빌리고 밥먹을 사람을 찻기위해 과 도서실로 갔다. 
"형~ 어제 그여자는 누구에요? 여자친구? 작업중인 여자인가? 이쁘다던데.."
친한 후배가 뜬금없이 물어본다.
"뭐? 너 그소리는 어디서 들었어? 그리고 그런거 아니야."
이 놈으 좁다란 학과는 내가 누굴 만났다 하면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다. 그만큼 그거 외에는 서로들 이야기 할만한 꺼리들도 없긴 해선지 나도 그런 식으로 사람들과 다른사람의 이야기를 하는것을 즐기기도 하지만..
"솔직히 나쁘진 않던데 예쁘긴 했잖아. 회화과라며?"
승현이가 거든다. 이거 뭔가 잘못되가는 분위기인데. 그나저나 회화과인건 이 녀석이 어떻게 아는걸까?
"그래 예쁘다고 쳐도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냐 됬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그럼 연진오빠 나두 같이 먹으러 가요."
불연듯 소름이 돋으면서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뒤에는 수진이가 서있었다.
"야~ 너 여긴 어떻게 알고 온거야. 나한테 목적이 뭐야!!" 
Posted by blindfish
소설/틈2009. 5. 23. 21:56

1화
숲속의 학교

벌써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겠다. 매일 연속되는 과제와 시험들에 지칠대로 지쳐 있는것이었다. 오늘따라 5월의 햇살은 맑고 투명한데 하루종일 연구실의 책상에서 프로그래밍 소스를 쳐다보고 있으니.. 청춘과 젊은 날이 이렇게 흘러간다는 것에 안타가움을 느낀다. 루즈한 창문 너머로 봄바람이 들어오고 햇살은 맑고 나무는 푸르다. 마치 숲속에 학교를 지은것처럼 나무가 빽옥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적어도 시각적으론 편안함을 느낀다. 순간 뱃속에서 알수 없는 끓어 오르는 듯한 통증이 올라오는 것을 느끼고 우선 무조건 여기서 나가야 한다는 걸 느꼈다. 나가봐야 이건물 근처에서 바람이나 쐬는 거지만. 괜찮다... 괜찮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그곳엔 비슷한 청춘들이 모여 있다. 커피한잔 마시면서 햇살과 바람을 받으면서 또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하겠지. 
"과제는 다 했어?? "
"조넨 안풀린다. 아놔.. 벌써 몇일째냐.."
"다음주에 역학 시험이지?"
"그렇지.. 이제 5일도 체 안남았는데 하나도 안봤어."
"지금 몇시지?"
"한.. 4시 됬네 밥은 먹었냐?"
"아... 점심도 안먹었네.. 시간이 그렇게 빨리가나.. 어떤땐 낮인지 밤인지도 모르겠다니까.."
"그냥 밥이나 먹자.. 다 먹고 살자고 하는짓인데.."
대부분 하는 이야기는 연구실 이야기나 하는일에 대한 이야기, 서로에게 도움되는 지식에 대한 교환 등이다. 아니면 앞으로 어떻게 공부를 해나갈지에 대한것이나.. 그나저나 승현이의 말을 듣고.. 그제서야 허기가 물밀듯이 밀려 온다.. 그렇구나 밥도 안먹었구나.. 우리 S대학의 밝음과는 너무나도 대조 되게 우리는 너무 인생이 어두운거 같기도하다. 앞건물의 회화과 여자들의 단아한 모슴들은 그냥 풍경화에 불과하니까. 멍하니 보다가... 정말 예쁘다는 생각이든다. 햇살과 젊음의 싱그러움을 발산하는 사람들. 나도 나름대로 나의 젊음을 쏫고 있지만 어떤땐 그냥 괴벽스러은 것쯤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제 그런건 어자피 상관 없다. 승현과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벌써 전역하고 공부한지도 1년이 넘어 간다는걸 깨닮았다. 승현이에게 르장드르 폴리노미얼을 설명하다가 불연듯..
"야.. 2주 후에 예비군이지 않나? 아.. 전투화 어딧는지 모르는데..;"
"찻아보면 나오겠지. 없으면 대학원 선배들한테 빌려."
그럼 되겠구나.. 승현에 간단한 solution에 마음이 놓인다. 6시 수업을 들어가야하기에 음식을 대충 입속으로 밀어넣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교수님의 수업은 지루한 편이지만 적어도 나와 몇몇에게는 너무나 심오하고 한순간도 놓치기 싫은 수업이니까. 
아까 하던걸 대충 마무리 하고 기숙사에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나왔다. 몇일 들어가지도 않았더니 말이 아니다. 솔직히 그렇게 까지 급박하지도 않았는데 왜 안들어가고 그런거지...
스킨향기도 좋고 옷도 늘 입는거지만 그래도 잘 세탁이 되어 있다. 자전거로 빠르게 강의실에서 책을 폈다. 강의가 10분뒤에 시작이지만 아직도 강의실은 텅 비어 있었다. 길고 온화한 빛이 느긋한 속도로 강의실을 붉게 만든다. 어제 배운걸 예습하고.. 속속들이 사람들이 들어온다. 친한 후배은 수영이다.
"어? 오빠~ 양자 과제는 다 했어요?"
"아직 반밖에 안했어 마지막 두문제는 감도 못잡겠다. 조금더 하면 알거같기도 한데.."
"전 하나도 모르겠더라구요.. 있다가 승현 오빠한테 물어볼려구요.. "
수영이의 미소가 익숙하다. 항상 신세 많이 지고 있는.. 날 챙겨주는 좋은후배..
바쁜 걸음으로 교수님이 들어오시고 가벼운 인사와 함께 빠른 속도로 어려운 수식을 칠판에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항상 저 모습이 좋다.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빠르게 그것을 따라 쓰기 시작했다. 쓰면서도 의미를 곱씹기에 너무나 바쁘다. 
수업이 한참 지나갈때쯤 한 여자애가 강의실 뒷문을 열고 들어와 내옆에 앉았다. 풍기는 느낌부터가 이쪽 공부하는 사람이 아닌거 같든데 또 왜 하필 이 앞자리에 앉는단 말인가.. 아.. 좁은데.. 그래도 연한 화장에 상큼한 외모때문인지 참아줄만 했다. 수업이 끝나고 가려고 책들을 주어 모으고 있었다. 
"연준 오빠.. 저 앞에 부분은 필기를 못했는데 좀 보여주면 안돼요?"
어라... 이 여자 뭐야.. 내이름은 어떻게 아는거고.. 
"네? 저기.. 누구세요? 제 이름은 어떻게 아는거구요?"
"머.. 그게 중요한가요? 아무튼 도와줄수 있어요 없어요?"
"아니. 그건 해줄수 있지만.. "
"그럼 노트 가져갈게요~ 내일 봐요."
하고 노트를 가지고 사라져버린다. 한동안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쫒아가 봤지만 이미 없어지고 없다.
"아놔 승현아 저여자 머냐. 너 아는 사람이야?"
"글쎄 뉴페이스인데.. "
"수영아 넌 알아?"
"저도 처음봐요.."
"아.. 뭐냐!! 아우.. 짜증나.."
화나가서 교수님이 늦은 학생 출석 체크할때 가서 출석부를 찻아봤지만.. 그 여자는 없었다. 젠장 뭐지 수업도 안듣는데 필기는 왜 가져 간거야.. 샤워해서 기분 좋았는데 짜증이 밀러온다. 별수 없이 승현이 필기를 복사해서 연구실로 다시 갈수밖에 없었다. 기분도 안좋고 몸도 피곤한데 한잔하고 빨리 잘 심산으로 승현이를 꼬서 보았다.. 
"승현아 한잔 할래?"
"콜! 안그래도 땡겼다. 한잔하고 일찍 자자. 과제하느라 지쳤다." 
늘 가던 집에서 한잔한다. 남자 둘이서 무슨 술이냐마는 늘 이렇게 마시니까 상관 없다. 취하면 취할수록 피로감은 날아가고 마음이 편해진다. 시덥지않은 여자이야기나 농담등을 하면서 시간이 빨리간다. 이렇게 피로가 가시는거 같지만 또 내일은 약간의 숙취가 기다리겠지.. 하지만 술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사는게 너무 팍팍할거 같았다. 순간 .. 승현이뒤 쇼윈도 너머로 그 여자가 지나가는게 보였다.. 
"야 잠깐만 있어봐."
"왜?"
"아까 그애야. 아쒸 필기 받아 와야지. 그리고 한마디 해야겠어.."
"뭐라고 할건데?"
대답도 하지 않고 우선 뛰쳐 나갔다. 남에 물건을 함부로 가져가다니 가만 두지 않겠어..
Posted by blindfish
소설/틈2009. 5. 21. 14:30

prologue

그녀의 비밀을 알았을때.. 

그녀의 웃음을.. 그녀의 눈물을.. 그리고 그녀의 따스함을..

그때야 비로서 온전히 이해할수 있었다.. 

비록 그녀는 지금 내곁에는 없지만..

그녀와 나 사이의 생긴 틈을 매꾸기 위해 그리고..

온전히 그녀를 사랑하기 위해.. 

그녀를 찻기 위한 긴 여행을 떠나려 한다..


정향민 소설 "틈"...  이제 시작합니다..
연재는 매 둘째주 넷째주 토요일.. 
시간은 없지만 약속은 지킬지 모르겠지만 노력 해보겠습니다..
Posted by blindf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