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틈2011. 2. 20. 22:33

14. 평행우주
처음으로 눈을 떳을땐 병원 응급실 안이었다. 아직도 머리가 지끈거렸고 시야도 희미했다. 사물들의 촛점이 맞아 들어가기 시작하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것은 평평 울고 있는 주현이었다. 주현이 얼굴을 보자 미소가 지어졌다.
"주현아, 병원이야?"
"네. 아빠. 어떻게 된거에요. 이게.. 뭐에요. 엄마는 연락도 안되고 연진이도 어딧는지 모르겠어요."
"그래 주현아 일단 진정해 아무일도 없어. 아빠 괜찮아. "
옆에는 주현이의 남자친구로 보이는 학생이 한명 서있었다. 
"자네.. 그래.. 인사는 나중에 하고 지금 내 담당의를 불러줄수 있겠나?"
"안녕하세요. 네 조금만 기다리고 계세요."
희멀거 해보이는 외모보다 믿음직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아이었다. 
"주현아 연구소는 모두 내려 앉은거니?"
"네.. 다.. 다 타버렸어요.."
"오늘 무슨 요일이야?"
"월요일이요. 딱 하루 종일 의식이 없었어요."
일단 감각이 닿는 몸 구석구석을 체크해봤다.  뒷머리쪽이 조금 따끔한거 말고는 아무곳도 크게 아프거나 하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마침 주치의가 왔다. 의사는 차트를 들어올리자 허공에 순식간에 내 몸의 내부 장기구조와 신체 해부도를 3차원 홀로그램으로 띄웠다. 
"환자분 의식이 돌아 오셨군요. MRI와 중성미자산란 검사결과 딱히 뇌와 다른 신체에 이상이 있는 부분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외과적 소견상으로는 머리 뒷쪽에 타박상과 조금 찟어져서 생긴 출혈말고는 크게 다치신 곳은 없지만, 큰 충격을 받으셔서 몇일 병원에서 쉬시면서 경과를 지켜봐야 할것 같군요. "
"아닙니다. 지금 당장 확인해봐야 할일들이 몆가지 있어서요. 괜찮으니 지금 당장 퇴원 하겠습니다. "
"그러지마요. 아빠. 의사 선생님 말대로 몇일 더 쉬세요. 엄마랑 연진이는 일단 실종 신고해놨어."
"아니야. 일단은 찻아 봐야겠어. "
사고현장에 아내가 있었다는 말을 하면 주현이가 너무 충격을 받을거 같아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아내는 멀정하게 걸어서 건물에서 나왔던걸 봤으니 무사한건 확실했다. 아내는 무사한데 왜 지금 여기 없는 것일까. 그리고 연진이는 왜 또 갑자기 행방불명이 되었을까. 우선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거칠게 링거를 뽑아내고 입고 있더 옷으로 갈아 입었다. 
"아빠 어디가시려구요. 가지 마세요.."
"주현아.. 집에서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아빠가 엄마랑 연진이랑 금방 찻아가지고 올게.. 자네도 이제 괜찮으니 집으로 돌아가 보게나.. 아니면 주현이 곁에좀 있어주게."
이야기 하자 마자 서둘러 일어나 차에 탔다. 어디부터 가야할까.. 어디를 가야 아내와 연진이를 찻을수 있을까. 다쳤던부분이 다시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우선은 당장 아내의 작업실로 차를 몰았다. 분명 아내가 갈만한곳은 그곳밖에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몇십분 차를 몰고 아내의 작업실에 도착하고 금방 인기척을 느꼈다. 꼬리를 흔드는 개를 외면하고 서둘러 작업실문을 열었다. 안에는 학생으로 보는 두남여가 물건들을 옴기고 있었다. 전에 몇번 만난적이 있는 아내의 문하생들이었다. 
"어? 선생님 안녕하세요."
조금은 어려보이는 여자문하생이 반갑게 인사를 건냈다. 
"어. 오랜만이네요.. 혹시 내 집사람 봤어요?"
"선생님은 두시간전쯤에 여기 들리셨다가 바로 나갔는데요?"
"어디로 간다고 말이라도 하지 않았나요?"
"따로 남긴 말은 없구요. 완성한 남은 그림들 모두 갤러리로 좀 옴겨달라고 부탁만 하고 가셨어요."
아... 한발 늦었다. 도데체 뭐가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다. 
"선생님 어디 다치셨어요? 안색이 안좋아 보여요. "
"아.. 아니 괜찮아요. 미안한테 나 물한잔만 가져다 줄수 있나요?"
사고가 났을때 출혈이 있었는지 갈증이 나기 시작했다. 이제 어디를 가서 아내를 찻는단 말인가. 우선 학교에 전화를 해봤다. 연진이의 담임선생님이 전화를 받았다. 
"네 선생님 안녕하세요. 연진이 아버지 되는 사람입니다. 혹시 연진이가 학교에 가 있나 해서요. "
"오늘 연진이가 결석이네요. 연진이 무슨일 있나요?"
"아.. 아니요. 별일 아닙니다. 갑자기 연락이 안돼서요. 죄송하지만 나중에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
갑자기 더 마음이 급해지고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여기 물이요."
"아 고마워요." 
일단 웃으면서 물잔을 받아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조금 마음이 안정되고 정신이 돌아왔다. 눈을 돌렸을때 아내가 그린 그림한장이 눈에 들어왔다. 상당히 큰 그림에는 검은색 가디건을 입고 짦은 청치마에 긴 머리를 가지고 있는 마치 대학생 같아 보이는 연진이가 밝게 웃으면서 조금은 어려보이고 커트 머리에 너플거리는 치마를 입고 슬픈 듯이 눈물을 흘리는 조금은 어려보이는 연진이를 안고 있는 그림이었다. 
"이 그림 제목이 뭔가요? 성장인가요?"
"아.. 아니요. 이 그림의 제목은 운명이에요.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
그림과 남은 도구들을 나르던 다른 남자 문하생이대답했다. 뭘까.. 뭘까.. 내가 뭔가 큰틀에서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림 밑부분을 보니 사진이 두장이 붙어 있었다. 한장의 사진은 내가 아내와 대학시적에 유원지에 놀러가서 찍은 사진이었고 또한장은 얼마전에 가족여행 갔을때 녹차밭에서 주현이가 연진이를 찍어준 사진이었다.  그 사진을 본순간 순식간에 내가 놓치고 있는 그 어떤것이 무엇인줄 알게 되면서 머리가 심하게 어지러워지고 소름끼치게 몸이 차가워 지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칼날들이 내몸을 뚫고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두장의 사진안의 수진이와 연진이가.. 같은 사람인 것처럼 닮아 있었다. 분명 그둘은 피한방울 안섞인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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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밤 오늘은 아침에 동아리 활동을 갔다가 오고 오랜만에 엄마와 함께 저녁을 준비한다.  아빠는 엄마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미리 장까지 봐온거 보면 참 다정다감한 아빠란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칼쓰는 건 엄마가 할테니까 조심하라고 하면서 자꾸 주방에서 나를 내쫒으려고 한다. 이상하게도 집안에서도 나는 엄마랑 더 친하고 언니는 아빠랑 더 친하다. 아빠가 싫다거나 하는건 아니지만 알수없게 아빠가 어려워서 언니처럼 애교도 부리고 살갑게 행동하지를 못한다. 오늘 아침에 아빠를 안아준건 나름 나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엄마는 언니한테도 잘해주지만 나한테는 더욱이 잘해준다. 하지만 언니보다 나한테 더 엄격해서 음식하는 것이나 청소하는거 빨래 하는 것은 꼬박꼬박 가르치면서 못하면 막 뭐라고 한다. 나중에 시집가서 어떻게 살거나면서 말이다. 아직 시집갈려면 10년도 넘게 남은거 같은데.. 너무 한다.. 언니한텐 그러지도 않으면서.. 음식이 얼추 되갈때쯤 언니도 금방 학교에서 돌아왔다. 대학생이면 시간도 많을 텐데 좀 일찍일찍 다니지는.. 못됬다.. 그렇게 오랜만에 엄마 아빠 언니랑 밥을 먹고 재밋게 이야기도 했다. 언니는 얼마전에 사귄 남자친구 자랑을 했다. 난 아까부터 아빠 표정이 굳어가는걸 확인했는데.. 언니는 눈치도 없다. 아빠는 연구소에 두고온 물건이 있다고 금방 나갔고 언니는 약속이 있다고 또 금방 나갔다. 아빠가 있었으면 못나가게 했을텐데.. 쳇... 
늘 그렇지만 또 집에 엄마랑 나랑 둘만 남았다. 티비를 보고 있었는데 엄마가 리모컨을 들더니 갑자기 티비를 껏다. 그리고는 조금 심각한 표정으로 
"연진아 엄마가 연진이한테 좀 할이야기가 있어. 여기 좀 앉아보렴."
"무슨일인데 엄마?"
"연진아 지금부터 엄마가 하는 이야기 잘들어야해."
"엄마 혹시 엄마랑 아빠가 친엄마나 친아빠가 아니라고 이야기해주려는 거야? 나 그거 알게된지 조금 됬어.. 그거 때문이라면 이렇게 심각하게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되. 난 항상 엄마랑 아빠가 진짜 내 엄마 아빠였었으면 좋겠다고 생각 했었어. 엄마랑 아빠도 실제로 내가 엄마아빠의 친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엄마는 웃으면서 
"아이구 우리딸 많이 컷네.. 엄마가 많이 걱정했었는데.. 다행이다. 그런데 엄마가 하려는 말은 그런게 아니란다."
"응 그럼 뭔데?"
"연진이도 이제 19살이구. 많이 컷으니까 엄마가 하는 말 무슨말인지 잘 알아 들을거야. "
그러면서 엄마는 커다란 책한권을 나에게 주었다. 그 책은 조금 오래 되어 보였지만.. 난 한눈에 엄마가 가끔씩 쓰던 일기장임을 알았다. 
"이거 엄마 일기장이잖아. "
"응 그리고 이것도 받아."
라고 하면서 가방을 하나 건네었다. 가방안에는 몇덩어리의 금괘가 들어있었다. 
"엄마.. 이게 뭐야? 이런거 어디서 났어?"
"엄마가 그림 그리면서 모은 돈으로 산거야."
"이건 왜 나한테 주는건데?"
"자.. 엄마말 잘 들어봐. 내일 연진이 하고 엄마는 아빠 연구소에 갈거야. 그리고 아빠가 만든 기계를 작동시킬거야. "
"왜?? 거기 막들어가면 위험하다고 아빠가 그랬잖아. "
"내일 연진이는 엄마도 아빠도 언니도 없는 먼곳으로 떠나야해."
"엄마 아까부터 무슨말이야.!!"
난 갑자기 화가나서 소리를 질렀다. 엄마는 내 목소리에 놀래는 기색마저도 없었다.
"우리 딸은 아빠가 만든 기계를 통해서 지금부터 30년전 과거로 갈거야. 그리고 거기서 연진이는 김연진이 아닌 신수진을 살아야돼.."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고 엄마가 무슨말을 하는지 이해 할수가 없었다.
"왜?? 왜 가야돼는데? 왜 내가 내가 아니라 엄마로 살아야 하는데? 엄마 뭐라고 말좀 해봐!!"
엄마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지금 연진이가 무슨 마음인지 엄마도 잘알아 엄마도 예전에 엄마였던 나 자신한테 그말 들었을때 충격이 많이 심했어."
"엄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일찍 돌아가신거 아니야? 그렇다고 그랬잖아.."
"미안.. 그거 거짓말 한거였어. "
엄마의 목소리가 점점 울음으로 바뀌면서 목이 매어가는게 느껴졌다. 하지만 엄마는 눈을 꽉 감으면서 감정을 금세 진정시키고 말을 이어 나갔다. 
"이 일기장 엄마가 그동안 쓴거야. 이거 가지고 있으면 거기서 생활하는데나 연준이를 만나는데나 친구들 사귀는데 도움이 많이 될거야. "
"나보구 거기서 아빠를 만나라고? 무슨말이야.. "
갑자기 내 눈에서 눈물이 쏫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 갑작스러운거 엄마도 잘 알아.. 연진아. 지금 너무 겁날거야. 알지도 못하는 30년 전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지금 엄마 아빠 언니.. 친구들이랑 헤어져서 이제는 다시 보지도 못하는게 너무 힘들거야. 엄마는.. 연진이한테 강요하지 않을게.. 연진이가 잘 생각해봐. 잘 고민하고 결정해봐. 지금처럼 엄마랑 아빠랑 언니랑 살면서 행복하게 살아도 돼 아무도 널 탓하지도 않을거고 너가 뭔가를 잘못한것도 아니란다. 그리고 너가 과거로 가지않음으로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떻게 될지는 아마 너도 나도 너희 아버지도 모를거야. 오늘 밤에 잘 생각해보고 아침에 엄마한테 알려주렴. "
"엄마 나 궁금한게 있어..  엄마는 지금까지 이렇게 아빠를 만나고 사는게 정말 행복했어?"
그러자 엄마는 환하게 웃으면서 나에게 이야기 했다. 
"그럼 엄마는 아빠랑 만나서 연애를 하고 사랑스러운 주현이를 낳고 연진이를 얻어서 키우면서 정말 행복했단다. 엄마는 다시 이런 선택이 와도 다시 이 선택을 할거야. "
엄마의 말을 듣고 머리속이 좀처럼 정리가 되지 않았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엄마가 한 말들이 지워지지가 않았다. 엄마가 방금 했던 말들이 다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엄마가 장난친거였으면 좋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다. 난 서둘러 일어나 내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계속 누워서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했다. 30년 전은 어떤 곳일까. 역사 책에 나온 것처럼 무서운 일들이 일어나는 곳일까? 거기가면 아는 사람도 하나도 없을텐데 가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걸까. 엄마랑 아빠랑 언니가 너무 보고싶으면 어떻게 하지? 친구들한테는 뭐라고 그러지? 온갓 생각에 잠혀 있을때쯤 아빠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다음날 아침. 아빠는 자고 있었고 엄마는 일찍 일어나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밤새도록 나는 한숨도 자지 못하다가 세벽녁이 되서야 조금이나마 잠을 잘수 있었다. 엄마에게 가서 가겠다고 이야기 했다. 너무 무서워서 팔다리가 부들부들떨고 있었다. 엄마는 나를 따스하게 안아주면서 등을 천천히 쓰러 내리면 '괜찮아.. 괜찮아.. 우리 아가.. 괜찮아..' 라고 이야기 했다. 조금 지나서 떨림들이 멈추기 시작했고 마음이 굳기 시작했다. 아빠와 언니가 일어나기 전에 엄마와 나는 서둘러 짐을 쌓다. 언니가 일어나서 씻고 남자친구와 데이트가 있는지 화장을 하고 있다. 내가 가장 아끼던 옷도 오늘은 그냥 언니에게 줬다. 언니는 영문도 모르고 기뻐했다.  언니가 나가려고 현관문쯤 갔을때.. 난 웃으면서 
"언니 데이트 잘하고 와~"
 라고 이야기 하면서 언니를 꼭 안아줬다. 
"오늘 무슨 날이야? 애가 왜이래?"
라고 하면서 웃었다. 나는 웃고 있는 언니의 모습을 잊어 버리지 않으려고 몇번이나 언니의 모슴을 머리속에 세겨넣었다. 이별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언니가 너무 보고싶어졌다. 
조금 있다가 아빠가 일어나셔서 쇼파에 앉아 계신다. 아빠를 위해 마지막으로 커피를 만들어 드리고 싶어서 커피를 만들기 시작했다. 실수로 컵을 깨뜨렸고 아빠가 놀라서 달려왔는데.. 난 좀처럼 눈물이 멈추지가 않았다. 아빠는 급한일이 있는지 먼저 나가고 엄마와 함께 밖으로 나가 차를 탔다. 금세 아빠의 연구실에 도착하고 엄마는 실험실에 나를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는 빠진 물건이 없나 꼼꼼하게 살펴보고는 나를 꼭 안아주면서
"엄마 연진이가 너무 보고 싶을거야.. "
"나도 엄마가 너무 보고싶을거야... "
엄마와 나는 한참이나 서로를 안고 울었다. 엄마는 밖으로 나가고.. 나는 기계의 스위치를 올렸다. 기계가 작동을 하면서 조금은 무서운 소리들을 내기 시작했다. 가운데 차가워 보이는 파란색 물결같은것이 일렁이기 시작했고 그것의 크기는 조금씩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물결은 순식간에 내몸을 감쌓다. 





이번화로 연재를 마치려고 했었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네요. 
아무래도 한편을 더 써야 겠습니다.  이안에서 끝내려고 했는데... 생각 보다 너무 어렵네요.
요즘은 20대 초반때보다 감성이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노력을 하고 해봤는데 쉽지가 않네요.
캐릭터들에게 몰입할수록 저 스스로가 너무 힘들어집니다.. 
다소 충격적인 결말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욕먹을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힘을 실어 주세요.
Posted by blindf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