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기2011. 1. 29. 11:56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 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뿌리 드러내고 쓰러져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 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리는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그 고열(高熱)의 
에고가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도덕적 경쟁심에서 
내가 자청(自請)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나를 위한 나의 희생, 나의 자기 부정;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알을 넣어 주는 바람뿐 
Posted by blindfish